2014년 11월 10일 (월) 맑음, ABC 트레킹 4일째
새벽에 잠에서 깨어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공용화장실이 있는 마당쪽으로 나갔다.
순간 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붙어서 반짝거리고 있었는데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별을 본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별자리판에 있는 모든 별들이 모두 보이는것 같다. 서쪽하늘에는 하현달이 싸늘하게 비추고 있었다.
생각하지도 않은 산속의 새벽밤 경치를 볼 수가 있었다. 어제 오후에 로지에 도착 했을때 보지 못했던 큰 설산의 봉우리가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것이었다. 어슴프레 보이는 설산이 사뭇 위협적이고, 쳐다 보자니 무서운 느낌 마져 들었다.
오전에는 쾌청한 하늘을 보이다가도 늦은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산안개가 밀려 오는것이 이곳 높고 깊은 산속의 날씨 특징이었으니 어제 오후 도착했을 무렵에는 옅은 안개가 산중턱을 휘감고 있어서 설산이 가리워져 있어 보이지 않았는가 보다.
별빛이 총총한 하늘에 하현달이 높이 떠서 비추고 있고, 높은 설산이 어슴프레 모습을 보인다. 표현력 없는 내가 표현이 안되네.
참 좋긴 좋은데...
"찍히려나?"
디카를 가져와서 셔터를 눌러봤다. 찍히지를 않네. 오랜시간 노출을 주는 수동 기능이 없는 자동 디카이기 때문이다.
"아쉽다. 무척 아쉽다."
사진작가인 포항의 친구가 생각난다. 이 친구라면 이 분위기와 이 느낌을 모두 담아 찍을 수 있을텐데...
여행때마다 똑딱이 디카를 허리춤에 달고 편의성과 민첩성에 장점이 많은 물건이라고 만족했었는데 이 순간 만큼은 수동기능이
있는 DSLR 카메라가 생각이 난다.
"그래. 여명이 밝아질 무렵 다시 찍어 보는 거야."
다시 방에 들어 와서 잠간을 머물다가 또 마당에 나갔다. 곧 여명이 밝아올 것이다.
부지런한 트레커들 몇몇은 벌써 삼각대를 설치하고 여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눈아래에는 솜털 구름이 펼쳐지고 붉으스레 해가 떠 오르며 설산을 비추기 시작한다.
어제 푼힐에서 본 만큼 넓은 산군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느낌과 일출의 분위기는 조금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이 길을 지나는 트레커들에게 타다파니에서의 숙박을 강력히 권유하고 싶다.
아침 08시 타다파니를 출발하였다. 촘롱까지 갈 수 있을것 같다.
목표지점이 높다고 해서 계속 높이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높은 곳으로 오르다가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기를 거듭 하면서 목표지점에 접근 하는 것이 이곳의 트레킹 이다.
오르막길에서 포터를 만나서 길을 저만치 비켜 주었다. 이곳 포터들의 생활은 매우 힘들어 보였다. 트레커의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포터는 영어도 할줄 아는 사람들이고 하루 15달러 정도의 비용을 받고 15Kg 정도의 배낭을 멘다. 이곳 숙소의 음식재료와 생활용품을 지는 일반포터는 하루의 품삯이 1천루피(11000원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들이 지는 짐의 무게는 많으면 50Kg정도 된다고 한다. 내 한 몸도 중력을 거슬러 오르려니 힘이 무척 드는데 ... 측은한 생각이 들어 포터를 만나면 한 걸음이라도 쉽게 다니라고 저 만치 비켜 서 주는 것은 비록 나 뿐만 아니다.
트레킹 코스가 같으면 트레커들 끼리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호주서 왔다는 50대의 부부 트레커도 만날 때 마다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이 깊은 산골에도 학교는 있었다. 기부금으로 운영한다는 이 학교는 유치원 어린이 과정 부터 초등학교 과정 까지 개설되어 있었다. 이 학교 옆을 지나는 트레커들에게 기부를 당부하는 안내판이 보였다. 교실을 살짝 훔쳐보며 공부하는 모습도 보고, 작은 금액의 기부도 하고 나왔다.
이곳 산속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는 농가 옆을 지나기도 하고, 길에 드러누워 되새김질 하는 물소를 만나면 조심스레 옆을 비켜 지나기도 해야 한다. 사실이지 이곳은 이들이 주인이고 트레커는 나그네일 뿐이다. 주민이든 물소든 피해를 주지 않게 트레킹을 해야 한다고 생각 되었다. 깊은 계곡 건너에는 40도는 더 되어 보이는 경사진 땅에 계단식으로 논을 만들어 농사를 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큰 규모의 마을이 보인다. 지명이 간드룩 인것 같다. 여기에도 길 옆에는 벚꽂이 만발하여 길손을 반기고 있었다.
14시 20분 촘롱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 놓았다. 숙소의 젊은 스텝들이 내가 한국사람인줄 알고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한국말을 조금씩 할 줄 안다.
“ 한국 말을 어디서 배웠냐?”
" 한국 트레커들에게서 조금 배웠어요.“
포카라에는 한국어를 가르키는 학원이 있고 배우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네팔 사람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으로 알고 있는것 같았다.
하루에 15~18 달러를 벌기 위해 트레커의 산행을 안내하고 도와주는 가이드나, 배낭을 날라주는 포터도 서로 할려고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한국에 근로자로 가서 돈을 버는것이 이들의 꿈 이라고 할만 하다.
이곳부터는 생수를 판매하지 않고 정수된 물을 팔고 있다. 운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정수된 물 1 리터에 70 NR 이다. 히말라야 설산의 눈 녹은 물이 계곡을 콸콸 흘러 내려도 석회암 성분이 많아서 그냥 먹지를 못한다고 한다. 트레킹중에 배탈이라도 나면 전 일정을 망칠 수 있기에 물과 음식도 함부러 마시고 먹을 수 없다.
밥이 포함되는 음식인 달밧도 이제 질린다. 마침 메뉴판에 김치찌개가 있어 주문하였다. 흉내 정도는 내었으니 감사하고 먹을 일이다. 맛을 따질려면 이곳으로 트레킹을 오지 말아야지.
이곳 촘롱에서 재배되는 조로 만든 전통주가 있다고 맛보기를 권하기에 마셔 보니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하기는 해도 흙 냄새가 나는듯 내 입에는 별로였다.
산길을 걸은지 4일째 되었다. 설산을 보는 즐거움이 커서 산행길의 힘듬을 견디기도 했지만 이제 육체적인 고통이 느껴진다. 허벅지는 물론 오랫동안 스틱을 사용하다 보니 팔까지 근육통이다. 가져온 비상연고인 아로나민을 온몸에 도배 한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의 트레킹 코스 : 타다파니 2590m -- 촘롱( Chhomrong )2140m (4박째)
'여행이야기 > 네팔:ABC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ABC트레킹 : 6일째 (0) | 2014.12.06 |
---|---|
ABC트레킹 : 5일째 (0) | 2014.12.05 |
ABC트레킹 : 3일째 (0) | 2014.12.01 |
ABC트레킹 : 2일째 (0) | 2014.11.30 |
ABC트레킹 : 1일째 (0) | 2014.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