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네팔:ABC트레킹

ABC트레킹 : 1일째

무숙자 2014. 11. 29. 16:59

2014년 11월 07일 (금) 맑음, ABC 트레킹 1일째

 

어제 포카라에서 한인이 경영하는 여행사에서 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와 입산허가서를 미리 신청하여 발급

받았다. 발급 오피스에 직접 가서 작성하려고 했으나 가이드나 포터의 인적사항을 적는 난을 메울 수 없어 조금의 수수료를 주고

의뢰할 수 밖에 없었다. 레스토랑을 겸한 그곳에서 가이드도 같이 소개 해 달라고 해서 소정의 가이드 인건비도 같이 지불했고,

산을  오르기 전 마을(나야폴)  입구까지 갈 택시도 계약을 의뢰했으니 원 스톱으로 해결한 셈이다.   한인업소에서는 무엇보다 언어가

자유로우니 트레킹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는 제일 좋다.

 

9박 10일 일정으로  POON HILL에서 안나푸르나 산군을 멀리서 먼저 조망하고,  베이스캠프에 발자국을 찍는  ABC(안나프르나베이스캠프)트레킹이다.

 

가이드와 택시 기사를 내가 머무는 숙소에서 07시에 만나기로 약속하였는데, 이들은  내가 나오기 10분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단다.

택시기사는 한국말을 조금 할줄 안다.

“한국말은 어디서 배웠어요?”

“한국에서 근로자로 2년 일한 적이 있어요.”

“왜 2년 만에 돌아왔어요?”

“몸이 좋지 않아 일찍 돌아 왔어요. 한국은 돈은 많이 주는데 빨리 빨리 일해야 되어 힘들었어요.”

틀린말은 아니어서 한편 마음이 편치 않았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 포카라 시내를 조금 벗어났을 즈음  눈앞에 갑자기 설산이 확 펼쳐 지는것이 아닌가?

"와우!"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Stop here!   I will take a picture."

최초로 본 히말라야 설산의 풍경이다.

‘히말라야의 여신이시여!   당신을 만나러 먼곳에서 왔으니 좋은 모습 보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음속으로 기원을 했다.

 

07시에 출발한 택시는 산길을 돌고 돌아 ABC트레킹의 시작 지점인 나야풀에 8시 30분에 도착했다. 약속한 택시비에 조금의 팁을

주어 기사를 돌려 보냈다.  이제부터는 가이드와 산속에서 10일 동안 행동을 같이 해야 한다.

 

트레커를 위한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의 산골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길을 지나서 산으로 오르도록 되어 있었다.

트레킹 초입의 마을 앞을 지나다가 구슬치기하는 아이들을 먼저 만났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구슬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지금은 볼 수 없지 않은가?'

'오락기나 컴퓨터의 게임에 빠져 혼자 노는 아이들이 많은데...'

문득 내 어릴적의 모습을 거슬러 보는것 같았다.

 

또 몇 걸음 더 올라가니 양지쪽에서 나이 어린 어머니가 아기를 바구니에 담아 어르는 모습을 보았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는 아이를 보는 순간 귀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를 향한 아기의 눈동자가 맑아 편안하기 그지 없어 보인다. 그렇다. 이곳 트레킹은 산경치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을 지나는 동안 이곳의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덤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몇 걸음을 지나 마을 공동 수도가를 지날 때 였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나를 보는 순간 말춤을 추는것이 아닌가? 

'야, 얘들아!   그 춤은 한국의 '싸이'라는 가수가  세계 사람을 열광케한 춤이란 말이야. 내가 한국 사람인줄이나 알고 추는거니?'

 

그렇게 마을을 살짝 벗어나니 유명한 산 사진에서 많이 보아온 설산이 아주 멀리 아득하게 보였다.  물고기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마차푸차레(이곳 말로 물고기 꼬리)로 이름 지어진 산이 아닌가?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를 갈려면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거쳐야 하니 저기까지 거쳐서 걸어야 한다. 내가 즐겨서 하는

일이니 아득하게 느껴지기보다 며칠 후면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어서 TIMS Check Point 에서 발급 받은 카드를 확인 받고, 곧이어 안나푸르나 입산허가증을 다시 한번 체크하는 것이었다.

'한번의 확인서를 받으면 될터인데...'  어쨌든 트레커에게는 경비도 들고 번거롭게는 느껴져도 필요한 일임이 틀림 없다.

누가 언제 어디를 통하여 입산을 하고, 하산을 하는지 추적하는 시스템이니, 혹 있을 조난등 각종 사고에 대비한 조치들 이다.

그리고 입산 수입은 네팔의 중요한 국가 소득원이 아닌가?

 

이제 본격적인 산길을 2시간을 걸었다, 목이 말라 쉬어 갈려고 길 옆 레스토랑(이곳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의 일반 명칭)에 들렸다. 밀크 티 한잔을 시켜도 정성껏 끓여 주는것이 이곳의 장사이면서 인심이다.

 

밀크 티 한잔을 마시면서 바라본  길 너머의 정겨운 풍경이다.

아버지가 소 2 마리에 쟁기를 걸어서 계단식으로 된 논을 갈고, 간 논을 다시 평탄작업을 할때는 4,5세 된 아들은 놀이기구 삼아 농기구를 타고, 그 모습을 어머니는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다 보는 참으로 욕심없이 사는 사람들 이다. 한 뼘 밖에 되지 않는 땅에 온 가족이

나와 있는 것이다.  작업인지 놀이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웃 논에는 추수한 볏짚을 쌓은 낱가리가 있는가 하면 추수를 기다리는 벼가 서 있고, 논두렁에 콩을 심어 놓은 모습도 우리의 60년대 농사 모습과 어찌 그렇게 비슷한지...   난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으로 돌아 가서 우리의 옛 농촌을 보는것 같았다.

 

이곳  힐레 까지는 바쁜 트레커들은 짚차를 대절하여 이용하기도 한다지만, 나는 가파른 경사의 돌계단을 온 힘으로 올라야 했다.

반팔셔츠를 입었지만 얼굴은 확 달아 오르고 온 몬에 땀이 범벅이다.  이제 또 2시간은 더 올라야 다음 마을인 울레리에 도착 한다.

이곳 산속에 사는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지 않고 한 두집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계단식 논 밭에 농사를 하다 보니 모여 사는것 보다

작업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 되었다.

그렇다 보니 학교까지 가는 거리도 멀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과 트레커들이 같은 길을 걸어 가기도 한다.

내 손녀 같은 4살 짜리 아이도 언니들을 따라 가파른 돌계단 길을 가볍게 오른다. 사람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고등 동물인가 보다.

2시간을 오른후에 뒤돌아 보니 올라온 길이 실낱같이 가늘게 이어져 있는 것이 저 멀리 보인다.

 

오늘 하루 동안 900m 정도의 고도를 올라, 15시 30분 무렵에 2010m 높이의 울레리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 동안 7시간 정도 걸었다.

가이드가 이곳에서 저녁 숙박을 하자고 한다. 가이드는 트레커 개인의 체력등을 고려하여 일정을 조절하고 관리해 준다. 어디에서

쉬고, 점심을 해결하고 숙박을 해야 되는지 이들의 말을 들어야 무사히 트레킹을 마칠 수 있다.

한달전에 ABC 라운딩 코스에서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인 폭설로 인하여 많은 트레커들과 현지 포터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 났는데, 이때도 가이드의 조언을 들은 트레커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보도 되었었다. 이곳 산의 전문가들은 이곳 가이드들 이다.

 

울레리 SUPER VIEW GUEST HOUSE 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해서 하루 일정을 끝낸 트레커들이 휴식을 하고 있었다.

네팔의 대표 음식인 달밧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밀크티로 몸을 녹였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hot shower 물이 미지근 한 물이다. 연료 운반이 어렵고 석유값이 만만치 않아 난방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가져간 오리털 침낭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숙소에서 주는 이불을 한번 더  뒤짚어 쓰고 산속에서의 첫밤 잠을 청했다.

방바닥이든 벽이든 머리만 닿으면 자는, 잠의 복을 타고 난 사람인데 왠지 잠이 오지 않는다.  하루 밤새 자다 깨다를 다섯 차례 정도 반복했다. 피곤하면 잠이 더 잘 올터인데 왜 그렇지?

이웃하는 방 사이의 벽면은 나무판으로 되어 있어 옆방의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었는데... 왠 젊은 서양 연인들이 그렇게도 사랑을 나누는지?  

그래도 그들은 이튿날 씩씩하게 잘도 걷드라.ㅋㅋㅋ

 

*오늘의 트레킹코스: Nayapul나야풀 고도1070m--Birethanti비레탄티1025m--Hile힐레1450m--Ulleri울레리2010m (1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