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트레킹 : 2일째
2014년 11월 08일 (토) 맑음, ABC 트레킹 2일째
지난밤 깊은잠을 못잤으니 ‘피곤함이 남아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염려는 기우였다. 이상하리 만큼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산속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켜서 그런가 보다. 다행이다.
07시 아침식사 후에 07시 30분에 출발하자고 어제 잠들기 전에 가이드가 일러 주었다. 이곳 산속의 숙소는 hotel, lodge, guest house 로 불리어 지는데 시설 규모가 차이가 없이 비슷하다. 같은 지역에서는 숙박비와 음식요금이 협정으로 되어 같은 값을 받고 있었다.
숙박요금은 400NR, 어제저녁 달밧400NR, 밀크티 60NR, 아침식사 달밧400NR, 밀크티 60NR 로 합한 금액이 우리돈 1만5천원 정도 이다. 이 돈으로 산속에서 하루를 지낸 셈이다.
트레커가 체크아웃 할때는 먹은 음식과 음료값을 적어 두었다가 한꺼번에 청구하는데 금액이 틀림이 없다. 그 많은 트레커들이 들락거려도 사람 얼굴과 방 호수를 정확히 매치 시키는 눈썰미가 숙소 스탭들에겐 있는가 보다.
숙소를 휘돌아 오르니 바로 저 멀리에 Annapurna South(7219m)와 Hiunchuli (6441m)가 맨얼굴을 드러내 보인다. 파란 코발트 바탕에 창백하리 만큼 차디찬 눈을 이고 있는 높은 봉우리! 높은 설산 위에는 옅은 안개 같은것이 항상 날리고 있었다.
“저게 뭐냐? ”
“흰눈이 날려서 그렇게 보입니다.”
처음 보는 신기한 현상 이다.
몇 걸음을 걷다가 쳐다 보고, 캬! 좋다. 또 몇 걸음을 걷다가 올려다 보고, 캬! 좋다. 달리 표현할 형용사가 없다. 그저 좋은걸 좋다고 감탄할 뿐이다.
바로 발을 딛고 있는 언덕에는 벚꽃이 만발해서 트레커들을 반기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4월 무렵에 일주일 정도 피었다 순식간에 지는데 이곳 벚꽃은 10월에 피기 시작하면 한달 정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꽃의 색깔도 핑크라서 처음엔 복숭아꽃 인줄 알았다.
가까이는 핑크색 벚꽃과 멀리는 창백한 설산들. 참 멋진 풍경이다. 여기에서는 어디를 찍어도 작품사진 이다. 사진 작가인 친구가 생각이 나네. 그 친구가 사진을 찍으면 더 다이나믹하게 표현 할텐데...
복숭아 꽃잎이 날리는 길목에는 워낭소리를 내면서 조랑말들이 돌계단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등에는 가스통이 2개씩 실려있다. 이곳 산속에 있는 숙소와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연료를 산기슭에서 부터 운반하는 pony 들이다. 이들에게도 리더가 있었다. 큰 워낭을 단 녀석이 리더라고 한다. 이 말 들도 힘이 들면 돌계단에서 그대로 멈춰서 10여초를 쉬기도 하는데 몰이꾼의 휘파람 소리에 발자국을 다시 띠고 있다.
아니, 이 깊은 산속에 교회라니? 네팔의 도시에서도 교회를 본적이 없었는데...
내 눈엔 힌두사원 아니면 티벳불탑만 보이던데...
VICTORY CHURCH 이다. 돌계단을 한참 올라와서 내려다 보다가 발견한지라 다시 내려갔다 다시 오를 용기가 나지 않아 자세히 보지 않고 먼 거리에서만 본것이 지금은 후회가 된다. 이 산속 교회가 한달 동안의 네팔 여행중에 본 유일한 교회였다.
또 한 등성이를 돌아서 장작을 가지런히 쌓아 놓은 어느 게스트 하우스 옆을 지났다. 옆에는 땅 바닥에 뿌려 놓은 소금을 말이 핥아 먹고 있었다. 짐을 운반하느라 땀을 많이 흘리니까 소금기를 보충 시켜 주어야 하는가 보다.
조금전에 보이던 Annapurna South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다른 설산이 보인다.
이 설산의 봉우리 모양이 물고기 꼬리지느러미와 흡사 하다. 네팔인들이 가장 신성시 한다는 설산인 Machhapuchhare(6997m) 이다. 높이로 보면 상위 서열에 들지 못한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네팔인들은 산중의 산으로 숭배 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의 접근을 엄격히 막는다고 한다. 네팔 정부에 아무리 입산료를 많이 내겠다고 해도 클라이머의 등산이 허가 되지 않는 유일한 산이라고 한다.
힘겹게 돌계단을 오르니 제법 평평한 산길이 나타난다. 한참을 걸으니 나무가 울창한 열대우림의 숲이 보인다. 우기에는 거머리가 나뭇잎에 붙어있다가 사람이 지날 때 절묘한 타이밍으로 떨어져서 몸에 붙어 몰래 피를 빨기도 한단다. 산거머리 경보 지역이다.
도토리나무를 닮은 숲을 지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니, 트레커들이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하다. 히말라야 원숭이가 출현 했단다. 자세히 보니 정수리에 흰털을 한 회색 원숭이가 나무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생김새나 하는 행동이 얄미워 원숭이를 좋아 하지 않지만 이녀석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말라야에는 몇 종류의 원숭이가 산다고 한다.
길 옆 밭에는 청보리가 이삭을 달고 있고, 통밀도 짙은 녹색으로 자라고 있다. 또 채소밭에는 양배추, 무가 심어져 있다.
숙소가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랫고레파니이다. 15분을 더 오르니 윗고레파니가 나타났다. 내일 새벽에 일출을 보기위해서 Poon Hill을 오르려면 한걸음이라도 가까이 접근 할 수 있는 윗고레파니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짐을 풀고 나오니 숙소 앞 작은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현이 4줄 달린 이곳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중년의 악사 두사람이 “다울라기리~~~~다울라기리~~~~” 란 가사를 반복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때 어디서 갑자기 한 젊은 남자가 나타나더니 가락에 맞지 않는 막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래도 주변 관중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다울라기리(Dhaulagiri, 8167m)는 이곳에서 제일 웅장하게 보이는 산과 산군이다.
오늘은 이른 오후에 일정을 마무리 하여서, 내일을 위하여 에너지 충전을 하려고 방의 침대에 누웠다.
"아니! 저게 뭐지? "
"창문으로 보이는 저 경치는? "
안나푸르나 산군이다. 난 침대에 누워서 히말라야를 보고 있다.
"아니 이럴 수는 없지. 누워서 히말라야를 볼 수는 없지. 이건 히말라야 여신에게 불경스런 자세이지."
"안 돼! 밖으로 나가자." 나가서 마을 주변을 둘러 보았다.
내일의 예고편 일테지만... 장엄하다!!! 아! 히말라야여!!!
내일 새벽에 한 시간정도 더 높이 오르면 안나푸르나 산군 전체를 잘 조망할 수 있는 Poon hill 에 도착한다. 좀더 쉽게 갈수 있는 ABC 코스를 2일을 더 투자하여 Poon hill 을 경유하는 이유는 안나푸르나 산군과 다울라기리 산군을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서이다.
내일 펼쳐질 히말라야 산군의 조망을 크게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밤은 잘 자야 할텐데...
*오늘의 트레킹 코스 : Ulleri 울레리 1960m -- 반단티2210m -- 낭게탄티2460m -- Ghorepani 고레파니 2870m (2박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