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트레킹 : 3일째
2014년 11월 09일 (일) 맑은후+조금흐림, ABC 트레킹 3일째
일출과 함께 안나푸르나 산군과 다울라기리 산군의 파노라마를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곳 Poon hill 은, 숙소로 정한 이곳 고레파니(Ghorepani)에서 한시간을 더 올라야 한다.
새벽 05시에 가이드 Mr, Min Bahadur 가 방문을 두드린다.
"늦으면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가 없어요. 서둘러야 되요."
고도 3200m 언덕이라 추위가 있을테니 단단히 입고 나서야겠다. 오리털, 겉옷, 바람막이등 겉옷만 3개를 껴 입고 머리에 랜턴을 달고 스틱을
짚고 숙소를 나섰다.
숙소를 돌아서니 바로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뜨기 전에 330m를 올라야 전망대가 있는 Poon hill 언덕에 도착 한다.
어두운 산길을 밝히기 위해 모든 트레커들이 헤드 렌턴을 켜서 움직이니, 마치 반딧불이 행렬이 새벽 하늘을 이동 하는것 같았다.
하늘에 떠 있는 차디찬 하현달도 새벽 산길의 밝기를 보태 준다. 달 주변 하늘을 보니 구름 한점 없이 맑다. 기대된다. 멋진 일출과 설산을 조망할 수 있을것 같다.
40여분을 오르니 숨이 턱 밑까지 차 오른다. 오른쪽으로 한걸음 비켜서서 뒤 사람들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었다. 저 멀리 발 아래쪽에는 벌써 산의 윤곽선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 한다. 여명이 밝아 오는 것이다. 이왕이면 언덕의 꼭대기에서 조망하고 싶다. 숨을 더 크게 헐떡이면서 마지막 피치를 올렸다. 드디어 언덕이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기운을 토해 내는 쪽이 해가 뜨는 동쪽인가 보다. 산의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 지는가 싶더니 주변은 온통 솜뭉치의 구름이 펼쳐져 느린
파도를 탄다.
일출에만 정신을 빼앗겨서 되겠는가?
얼른 반대쪽 산군을 스캔했다. 장엄하고 웅장함을 느낀것도 잠깐, 어떤 경외로움 마져 드는 것이다. 난 지금 세계 최고 명산의 파노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저 봉우리가 어디냐?”
“물고기 꼬리 모양인 오른쪽이 마차푸차레, 그 옆이 강가푸르나, 히운출리, 다음 왼쪽이 안나푸르나 사우스, 그 옆이 안나푸르나 주봉, 이어지는다울라기리 산군......”
가이드가 산 이름을 가르쳐 주는 아주 짧은 순간 동안에...
“와우! 와우!! 와우!!! ”
"저, 저, 저기 설산의 벽면에 왠 주황색 밝은 물감은 어떻게 칠해 지는 것인가? "
동쪽하늘과 서쪽 설산을 번갈아 바라보고 쳐다보고... 일출때 해가 꺼내 놓은 붉은 물감으로 설산을 칠해 놓은 것이 아닌가? 신비로운 순간이다. 그 순간은 사랑하는 연인들끼리의 전화 한 통화 시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보여 주면 신비가 아니지...
이 환상적인 장면을 담으려고 모든 사람들이 셔터를 쉼 없이 눌러 댄다.
이곳의 장면을 모두 스캔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360도 영상을 찍어보자. 몸을 오른쪽으로 최대한 비틀고, 풀고, 또 왼쪽으로 비틀어서 영상을 담아보기는 했지만 영상에는 그 순간의 감동이 들어가지를 않았다.
그 감동에 젖어 한 시간을 Poon hill 언덕에서 머물렀다.
오늘 아침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군과 다울라기리 산군을 조망하기 최고의 날씨라고 한다.
난 또 여행의 운이 좋은 사람임이 거듭 확인 되었다. 어떤 사람은 언덕을 힘들게 올랐어도 설산은 못보고 구름만 보고 간다는 사람도 있다던데...
추위가 느껴진다. 감동의 효용이 체감 되어 가는가 보다. 이제 내려 가야겠다.
‘좋은 모습 보여 주어 감사 합니다. 히말라야 여신이시여!’
‘다시 한번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더욱 감사 할께요.' *^^*
아쉬운 마음에 두 번 세 번을 더 뒤 돌아보고 언덕을 내려왔다.
그동안에 아침해는 한발 만큼 더 높이 올라왔고, 많은 사람들이 되돌아 내려 가는데 서양인 할머니 한분이 이제 올라오는 것이다.
늦었다는 아쉬움 보다는 여기 까지 올라왔다는 성취감에 웃음과 희열을 품은 얼굴이다.
그렇다. 꼭 새벽 일출을 보아야 하나? 히말라야 설산은 좀 늦게 오른 이 할머니에게도 아름다운 모습을 충분히 보여줄 것이다.
오를때는 1시간이 걸렸지만도 내려가는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출발장소인 숙소로 돌아오니 07시 였다.
세수와 아침식사를 한 후 09세에 고레파니를 출발하여 데우랄리로 발걸음을 계속 했다.
데우랄리로 가는 길은 나무 사이로 난 산길을 걸어야 한다. 새벽에 본 설산들이 나뭇가지에 가렸다가 나타났다를 반복 하였다. 그동안 하늘은
더 짙은 코발트에 설산은 더 희고 창백하였다. 걸어가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설산을 감상하다를 반복 하면서 참으로 행복하게 산길을 걸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이 보다 더 즐거울 수 없다. 순간 온몸이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내 몸안에서 엔돌핀이 한바가지는 만들어지는것 같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다시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내려 왔다. 산 속에 흐르는 물을 파이프로 모아 흘러
보내 저 아랫동네에 사용할 전기를 생산 한다고 한다. 산속에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독가촌에도 양이 부족하지만 전기는 모두 공급 되었다.
발전량이 적어서 인지 산속의 전등은 희미했고 정전도 자주 발생 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히말라야도 식후경이다.
베지터블 프라이드 누들 (야채 볶음 국수) 에 밀크티 한 잔으로 점심을 간단히 먹기로 했다. 산길을 걷기에는 부족하지만 배가 포만해도 걷기
또한 쉽지 않다. 에너지 보충용으로 초코렛을 자주 먹으면서 걸어야 한다.
다시 오르막을 한참 올라서 타다파니에 도착 하였다. 더 깊은 산속이니 추위도 점점 더해 진다.
오늘 일정을 이곳에서 마무리 했다.
이곳에서 부터는 디카 밧데리 충전을 해도 100 NR, 더운물 샤워도 150 NR의 돈을 추가로 받는다. 연료 운반이 어렵기 때문이다. 방에는 콘센트가 아예 없다. 오직 희미한 전등 하나에 스위치 하나가 전부이다. 신기 하게도 이 깊은 산골에서도 휴대폰이 터진다. 이곳에서 기념품을 파는 처자들도 스마트 폰으로 세상과 교류하고 있었다.
트레킹 3일째 밤을 맞았다 .
가이드가 이불을 한 개 더 가져다 준다.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추워서 금방 잠이 들지 않았다.
*오늘의 트레킹 코스 : Ghorepani 고레파니 2870m -- Poon hill 푼힐 3200m-- Ghorepani 고레파니 2870m
--Deurali 데우랄리 2990m -- 반단티 2610m -- 타다파니 2590m (3박째)
다울라기리 산군( 가운데 가장 높고 웅장한 다울라기리 주봉( 8167m)
산 이름을 몇개는 기억하게 되었다.
제일 오른쪽은 물고기 꼬리를 닮아서 이름도 마차푸차레(Machhapuchhare : 현지어로 물고기 꼬리라는 뜻)
가운데 설산은 히운출리(Hiunchuli)
왼쪽 고봉이 안나푸르나 사우스(Annapurna South)- 이산의 기슭까지를 목표로 산 길을 돌고 돌아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