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트레킹 : 5일째
2014년 11월 11일 (화) 맑음, ABC 트레킹 5일째
고도가 2140m인 이곳 촘롱( Chhomrong ) 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트레킹의 중간 지점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또한 이 촘롱 마을은 계단식 밭을 일구어 부지런히 살아가는 소수 민족 구릉족의 터전이기도 하다.
어제부터 걸어오는 중에 만난 사람들은 외형이 한국사람과 너무 흡사하여 친밀감이 많이 들기도 했었다. 우리와 같은 몽고계 민족이고 따라서 어린아이는 몽고 반점이 있다고 들었다. 오늘 하루도 얼굴이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것 같다.
트레킹 중에 매일 자주 만나게 되는 설산이 마차푸차레가 아닌가 생각된다. 포카라에서 가장 먼저 본 히마라야 설산이 마차푸차레이었고 지금 이곳 촘롱에서도 가장 크게, 가까이 보이는 설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향은 반대쪽인것 같다. 포카라 시내에서 앞면을 보았다면 여기 산에서는 뒷면을 보는 셈이다. 그 왼쪽에 보이는 히운출리 봉이 웅장하기는 도를 더 하여 간다. 많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곳 촘롱에서 출발하면 뱀부(Bamboo)를 거쳐서 도반(Dovan) 까지 갈것이라고 나의 산행 가이드Mr, Min 이 일러 준다.
가파른 계단식 논을 뒤로 하고 수많은 로지촌을 지나는가 했더니 내리막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한참을 내려가니 출렁다리가 놓여져 있다. 강을 건너야 한다. 강을 건너면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게 트레킹의 공식이다. 오르막이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면 오르막이 있다는 생활속의 옛말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나이도 적지 않은, 일본인 단체 트레커들 10여명이 포터를 대동하고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며 아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걷는다. 어쩌면 트레킹을 아주 모범적으로 하는것이 아닌가 생각 되었다. 젊고 힘이 있다고 빨리 급히 올랐다가 내려가는 사람들은 설산은 보았는데, 그 외 별로 본것이 없다고들 한단다. 그러다가 혹은 고산증에 걸려 포기하는 수 도 있다고 한다. 고산증은 대게 천천히 오르면 신체가 적응을 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더더욱 히말라야 트레킹은 느린 여행이어야 된다고 생각 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멀리 있는 설산은 물론 가까이 발아래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들과도 눈을 맞추고 차가운 히말라야 강물에 손도 씻고, 주변에 사는 주민들과 눈웃음이라도 나누면서 걷는 슬로우 걷기라야 된다고 생각해 본다.
학교에 가는 여학생을 여럿 만났다. 이 근처에 사는 구릉족인가 보다. 우리나라의 여학생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속 눈썹도 붙이고 머리카락도 염색을 한 모습에서 세계의 유행을 그대로 따르는것 같았다. 이 산속에도 TV위성 안테나가 세워져 있으니 유행이 더딜 이유가 없다.
시누와(Sinuwa)를 지나 뱀부로 가는 길은 대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그래서 지명도 뱀부(Bamboo)인가 보다.
푼힐에서 만난 중국인 젊은 여성 트레커 두 사람이, 여기서 다시 만났다고 반가워 한다.
"우리 다시 만났으니 사진이나 기념으로 남깁시다."
"좋아요."
사진을 같이 찍고 길을 앞서 간다. 다음 숙소에서 또 만날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도반(Dovan)에 도착 했다.
더욱 가까이 보이는 마차푸차레 꼭대기에는 항상 옅은 구름이 발생하는것 처럼 보인다. 흰 눈이 계속 날리고 있어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로지 아래로는 눈 녹은 물이 강이 되어 소리를 내며 힘차게 흐르고 있다.
오후 2시경이면 안개 구름이 아래 계곡에서 산중턱을 향하여 빠르게 다가 오고, 3시 무렵엔 설산 봉우리도 보이지 않는것이 여기 산속 날씨의 특징이다. 그러니 히말라야를 트레킹하려면 일찍 일어나서 걷고 오후 2, 3시에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하고 숙소에서 휴식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부터는 로지 수가 많지 않아 숙소에서 정해 주는 낯선 트레커와 방을 같이 사용해야 한다. 캐나다인과 함께 밤을 지내야 하네. 방값은 무척 싸다. 150 NR 이다.
식사와 휴식을 위한 공간인 dining room 에서 여러 국적의 트레커들이 모여서 TV에서 중계하는 축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
국적이 다르니 각자가 응원하는 팀도 다르다.
저녁식사로 주문한 치즈피자가 바삭바삭하여 참 맛이 있었다. 서양인 트레커들이 많이 오니 서양 음식도 여러가지 주문할 수 있다.
밤이 깊어지면 안개구름은 감추어 들어 다시 하늘이 맑아지고 별이 총총히 보인다. 하현달과 총총한 별들만 반짝이는 가운데
피곤한 트레커들과 함께 히말라야의 로지도 깊은 적막에 빠져 든다.
밤중에 생리현상으로 잠이 깨어 낯선 동숙자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화장실에 다녀 왔다.
옆에 자던 캐나다인도 잠이 깨었나 보다.
“ Raining now?"
"No raining." “There are many stars in the sky."
로지 옆의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빗소리로 들렸나 보다. 그러고 보니 비가 내리는 소리와 꼭 같네.
*오늘의트레킹 코스:촘롱(Chhomrong )2140m -시누와(Sinuwa)2340m -뱀부(Bamboo)2335m-도반(Dovan)2505m (5박째)
촘롱에 사는 구릉족은 몽골리안 계통으로 우리와 비슷한 얼굴과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