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네팔:ABC트레킹

ABC트레킹 : 6일째

무숙자 2014. 12. 6. 21:58

2014년 11월 12일 (수) 맑음, ABC 트레킹 6일째

 

새벽에 잠이 깨었을때 몸이 서늘하고 한기가 들려고 해서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몸살이 나려나? 그러면 안되는데...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가 코 앞에 있고 내일이면 목표 지점인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발자국을 찍을 수 있을텐데...

다행히 어제 통증이 심한 팔다리는  안티프라민으로 도배한 덕분인지 많이 좋아졌다.

‘감사한다. 나의 육신이여!!!’

 

6시쯤에 깊은 산속의 아침이 밝아 온다.

서둘러 화장실에 다녀와야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틀 동안 씻지 못한 몸을 화장실에서 간이로 씻었다. 핫 샤워는 150 NR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15Kg 짜리 가스통을 말등에 2개 달고 이틀을 오르고, 또 사람이 하루를 옮겨야 하니 더운 물값을 받는것은 당연하다. 태양열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높은 산에 가리워 있는 산속의 로지에 해가 오래 비추이지도 않으니 열효율이 높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주 따뜻한 물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미지근 샤워이다. 그러려니 차라리 찬물로 약식 샤워를 하자.

 

이른 아침에 로지 스탭들이 뜨거운 차를 마시고 있다.

“무슨 차입니까?”

“생강차 입니다.”

“나도 한잔 주세요.“

밤사이 얼었던 몸이 확 풀린다.

 

이곳 로지에서 보는 산경치도 빼어났다. 그러나 감동이 전번 만큼 크지 않다.   효용 체감의 법칙이 적용 되는가?    숙소의 주변 산은

우리나라의 가을 산 분위기이다. 아래쪽은 봄과. 여름 분위기였는데 고도가 높아서인지 기온도 많이 내려가고 산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오늘은 6시간 정도 걸으면 MBC에 도착한다고 한다.

7시에 걷기 시작해서 11시 30분에 데우랄리(3200m)에 도착했다. 쉬어가기로 하자.

메뉴판에 원두커피가 보인다.  트레킹 중에 깊은 산속에서  맛보는 원두커피 맛은 어떠할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주문했는데 아메리카노 맛이 훌륭했다. 한잔에  220NR(2500원정도)이다.

 

점심식사 후 또 걷는다. 산길 좌우로는 깍아 세운듯 엉청난 규모의 바위에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

또 멀리로는 가닥을 셀 수 없는 실 폭포가 길게 흘러 내린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눈 녹은 물은 석회석을 따라 흐르다 보니 연청색을 띠고 있다.

 

13시 30 분 MBC에 도착 했다. 고도가 3700m 이다. 여기서 고소 적응을 하고 내일 ABC로 갈 생각이다. 더 욕심내면 ABC 까지도 오를 수 있지만 자칫 고산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래 로지에서 만난 중국 유치원 처자선생은 오늘 ABC까지 가겠단다. 적극 말렸다.

“너 돈 많냐? ”  

“그러다가 심한 고산증세로 헬기 부를래?   헬기 한번 부르는데 2천~3천 달러라던데...”

설득 끝에 여기서 쉬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ABC 로 간다고 했다.

 

이곳 MBC 에서 마차푸차레는 물론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주변 몇개의 설산을 가까이에서  맛보기로 볼 수 있었다. 물론 내일은

안나푸르나 사우스 기슭까지 가서 본다.

해가 있는 좀 늦은 오후가 되면 산의 아래에서 부터 산안개가 밀려와서 설산을 가리는 날씨의 특징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

진한 코발트 바탕에 차디찬 흰 설산,  그 중턱을 산 안개가 밀려오더니 어느새 설산을 가린다. 그것도 진풍경 이네.

 

숙소의 Dining Room 에서는 각국 트레커들이 모여서 정보도 교환하고, 말이 잘 되면 수다도 떠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서 예쁜 그림과 함께 일기를 쓰는 서양 여자를 보았는데 그 재주가 참 부러웠다.  그림 내용을살짝 훔쳐보니  밤에 본  별, 달, 설산이다.

 

「여기는 MBC, 굿컨디션, 올오케이 ^^*」

한국에서 염려하는 나의 가족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전송이 되지 않는다. 모바일 폰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오는 동안은 잘 터졌는데...

 

너무 춥다. 포카라 가게에서 준비해간 우리나라 상표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물이 생각만큼 뜨겁지를 않다. 한국에서 가져간 일회용 믹스커피를 마실려고 가방에서 꺼냈다. 그런데 팽팽하다 못해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렇네. 이곳은 고도 3700m 이다 . 고도가 높으면 기압이 낮아지고 따라서 물이 100도 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으니 물이 덜 뜨겁고,

한국의 기압에서 밀봉한 커피봉지이니 이곳 기압이 낮은 곳에서는 팽창할 수 밖에 없네.  과학적 현상을 직접 확인하는 셈이다.

 

그래도 따뜻한 물에 컵라면과 믹스커피 한잔은 추위를 이기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온 몸에 열기가 퍼질때 쯤 잠자리에 들어서 침낭에 열기를 보탰다.

내일 새벽 04시 30분에 기상해서 ABC 로 가야  한다. 일출과 주변 설산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곳, 이번 트레킹의 정점인 곳이다.

베낭속에 준비해온 겉옷을 처음으로 모두 껴입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번 트레킹에서 제일 높은곳에서 숙박을 하는 밤이다.

 

안나푸르나의 여신이시여!

내일은 멀리서 온 나이 든 트레커에게

당신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 주소서...*^^*

 

내 일생 가장 높은 곳에서의 숙박인데 생각보다 쉽게 잠이 들었다.

 

 *오늘의 트레킹코스:도반(Dovan)2505m--힌코케이브--데우랄리3230m--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 (6박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