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네팔:ABC트레킹

ABC트레킹 : 8일째

무숙자 2014. 12. 8. 21:37

2014년 11월 14일 (금) 맑음, ABC 트레킹 8일째

 

 어제 ABC를 올랐다 내려와서 하산길에 도반(Dovan)에서 숙박을 하였다. 이틀전에 ABC를 가기전에 숙박한 곳이기도 하다.

도반은 숙소가 많지 않은 곳이라 돈이 있다고 혼자 독방을 차지 할 수 있는곳이 아니었다.

숙박을 원하는 트레커들은 많고, 방이 모자라서 같은 방에서 여럿이 숙박을 할 때도 있는가 보다. 이틀 전에는 캐나다인과 함께 방을 사용했는데, 오늘은 4인 침대에 이미 배낭이 3개가 올려져 있으니 내까지 4명이 같은 방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 한 칸의 방에 놓여있는  싱글 침대 4개가 가득찼다.

 

그런데 한국인 처자와 현지인 남자 가이드 한명을 같은 방에서 만났다.  남녀 혼숙 인가?  도미토리도 아닌데...?

여러번의 자유여행 중에 남녀 혼숙 도미토리를 경험 못한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아주 큰 방에서 여럿이 사용할 경우였다.

순간 이상했다. 나이든 내가 노파심에 한국 처자에게 물었다.

“가이드는 트레커와 같은 방을 쓰지 않는데...?

옆에서 그말을 듣고 있던 가이드가 나에게 되 묻는다.

“ 왜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한국말을 조금 할줄 안다.

그때 한국 처자가 급 설명을 한다.

“ 숙소에서 정해준 대로 방에 들어오니 외국 남자가 혼자 있었어요.”

“그래서 다시 이야기해서 가이드를 같이 있게 해 달라고 했어요“

"아! 그렇게 됐구나."

그 방에 내가 배정되었으니 결국은 남자 셋에 여자 한명이 혼숙? 하게 된 셈이다.

 

그 날 저녁 나는 세상 모르고 깊고 편안한 잠을 잤다.

ABC를 잘 갔다 와서 인가?   오르기 전에는 고산증도 염려되고 날씨도 좋아야 할텐데 하는 조바심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난 이미 목적을 유쾌하게 달성 했으니 말이다.

이제 기분 좋게 하산할 일만 남았으니 한결 여유가 있었다.

 

오늘은 이곳 도반(Dovan)에서 뱀부(Bamboo)를 거치고, 시누와(Sinuwa)를 지나서 촘롱(Chhomrong)까지 가서 숙박할 예정이다.

오를 때의 그 길을 그대로 하산 하면 된다.

 

오랜만에 한국의 단체 ‘산이 좋은 사람들’ 에서 온 10여명의 트레커들을 만났다. 반갑다.

“안녕하세요?”   “여럿이 같이 다니시면 외롭지 않고 좋으시겠어요.”

“혼자 오셨어요?”

“예, 난 가이드만 대동하고 왔습니다.”

일행중에 나이가 제법  되어 보이는 분이 계시길래 물었다.

“어! 그런데 연세가 얼마나 되세요?” 

“68세입니다.”

“아이구, 나보다  형님 되시네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시네요.”   일행중에 젊은 사람이 거든다.

“성공적인 트레킹을 기원 합니다.”

 “조심히 즐겁게 다녀 오세요.”

올라갈 때 보다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시누와(Sinuwa)까지 내려가는 동안 오를때 보지 못했던 숲과 먼 산경치가 많이 보였다. 오를때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때는 보이지 않다가 이제야 보인다.

내려오는 동안 빙하가 녹은 물로 콸콸 흐르는 Modi Khola Valley 의 물소리와 계곡을 살랑살랑 부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우거진

대나무 숲도 보고, 설산은 아니지만 겹겹이 쌓여 있어 농담을 달리하는 아래에 위치한 낮은 산의 실루엣을 보면서 기분 좋게 내려

왔다.  올라갈때는 먼 설산을 중심으로 한 경치에 매료 되어서, 주변의 소소한 경치를 못 보았는가 보다.

 

“나마스테”

만나는  트레커 들끼리 서로를 격려 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시누와에서 구릉족들이 즐겨 먹는다는 구릉빵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토핑한 고소한 야크치즈가 빵맛을 더해 준다. 마늘스프와 함께  먹으니 목 막힘도 없고 아주 맛있다.

레스토랑 마당에서는 이곳에 나는 오이맛 나는 채소를 손질하고 있어서 나도 손질을 도왔다.  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할머니와 함께 엉덩이를 흔드는 댄스경연을 벌이기도 하면서 이곳 산골 사람들과 여유있는 순간을 보냈다.

시누와(Sinuwa)에서 촘롱(Chhomrong)까지 길은 돌계단으로 된  내리막 1시간후에  경사가  심한 오르막을  2시간 힘겹게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촘롱(Chhomrong)이 가까워졌다. 엊그제는 등교하는 여학생들을 이번에는 학교하는 모습으로 만났다.

구면이네. 반가워 한다. 사람 만나 아는채 하고 반가워 하는것은 세상이 다 똑 같다.

숙소주인도 스탭들도 모두 구릉족이다. 구릉족은 얼굴이 우리와 닮아서인지 친근감이 간다.

 

사흘 전에 묵은 그 숙소에 또 왔다.

“안녕하세요?”  그들이 또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세계 각국의 트레커들을 상대하는 만큼 산속의 숙소 주인들은 나이도 많은데도 영어를 참 잘 한다. 영어는 허멀건 서양 사람들이

잘해야 되는것 아닌가?    가무잡잡한 산속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니 어쩐지 덜 어울리는것 같다.  이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어른 아이

없이 영어로 소통할 줄 알았는지 궁금해진다.

 

산속에서 열흘 정도 사용할 돈을 포카라 시내에서 200달러 환전 했는데 조금 부족 하다. 숙소에서 100달러를 환전 하려니 환율이 아주 좋지 않다. 산속에서도 쓰기 나름이긴 하지만 하루에 20달러에서 30달러 정도면 된다. 먹고, 자고, 물, 마시는차. 샤워비, 밧테리 충전비가 소비의 전부이다.

산속의  물가가 산 초입에서 위로 오를수록 비싸진다.  운반비가 있으니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진다.   

사용할 돈을 현지 화폐로 시내에서 미리 여유 있게 환전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 되었다.

 

산 중간 쯤인 촘롱에서 메뉴판에 적혀 있는 물가를 참고로 적어 본다. (산속은 지역별로 정한 정찰가격임)

주식인 Dal Bhat (veg) 420NR,   김치찌개 450NR,   Boild Egg(2개) 170NR,

Local rakshi(조로만든 전통술,잔) 170NR,   Double Room 300NR,   정수된 물(1L) 70NR,   Battery Charge 100NR.

 

그렇게 맑던 날씨가 오후 들어 안개가 진하게 몰려 오더니 작은 물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햐!  내가 트레킹을 마칠 무렵이니 날씨가 흐리네. 난 역시 여행의 운은 타고 났는가 보다.

Wi-Fi Available 이라고 쪽지는 벽에 붙어 있지만 불안정 하다.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문자 한통 겨우 보낼 수 있었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산길임 올오케이 노프라블럼^^」

 

*오늘의 트레킹코스: 도반(Dovan)2505m--뱀부(Bamboo)2335m--시누와(Sinuwa)2340m--촘롱(Chhomrong)2140m(8박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