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몽골

고비사막 투어 (2일째)

무숙자 2017. 7. 22. 16:05

2017, 06, 30 (금) 맑음 - 여행 4 일째


고비사막 투어 2일째


아침 5시인데, 밖이 훤하다. 이곳은 해 뜨는 시간이 빠르고, 해 지는 시간은 늦다.

따라서 아침은 5시면 훤해지고, 저녁은 10시가 되어야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밤이 무척 짧다.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물휴지를 한 통 들고 자동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작은 나무 한그루를 은폐물로 삼아 손으로 모래를 파헤쳐서 세상에서 제일 작은 화장실을 만들어 큰 생리현상을 해결했다. 사막이라서 당연이 물이 귀하다. 아니, 물이 귀해서 사막이 되었다. 그러니 세수할 물이 없어 물휴지로 얼굴을 닦는 것으로 대신 해야 했다.


가이드가 정성껏 만들어준 아침식사를 한 후, 8시40분에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하고 거칠고 메마른 사막을 푸르공은 또 달리기 시작한다.

아기 뼘으로 한 뼘도 되지 않는 풀만 조금 자라고, 나무는 아예 자라지 않는다.  노오란 자태를 뽐내는 꽃 한그루가  무슨 영양으로  피었는지 신기할 뿐이다.  지평선을 몇 시간 동안 보았다.  자동차 앞에 상봉 낙타 무리가 지나가다가 자동차 소리에 놀라서 황급이 뛰어 가는데, 등에 붙어 있는 봉 2개가 좌우로 방향을 흔들어 가면서 도망가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푸르공 자동차는,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옛 명성이 살아 있다. 속도계를 보니 이 고르지 않은 황토 사막 길을 시속 70Km로 달린다.


12시30분 무렵에 바양작(Bayan Zag)에 도착했다. 넓은 지역에 걸쳐 붉은 모래 언덕이 침식되어 만들어진 지형으로, 원래 이곳은 공룡의 알 화석이 발견된 곳으로 더 알려져 있는 곳이다. 공룡 알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고 작은 석영 결정체가 보이는 암석을 파는 노점 기념품 가게만 있었고,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지키는 어린 여자아이가 여행자에게 미소를 보낸다. 


너무 덥고 목이 마르다. 이곳에서 몇 시간만 이런 상태로 방치되면 숨을 거둘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 투어를 시작한지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힘이 들 수가 있나?

언덕에 작은 창고 같은 작은 건물에 시원한 음료수를 팔고 있었다. 전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냉장고도 없을 텐데 어떻게 찬 음료수를 보관할 수 있을까?  어쨋든  확인해 보니 정말 차가웠다. 작은 콜라 한 병이 2,500 투그릭 이라서 배는 비싸지만 이 더위와 갈증에 10배인들 사지 않으랴 싶다. 입 한번 떼지 않고 한 병을 다 마셨다. 순간 온 몸에 냉기가 퍼지면서 생기를 되찾을 수가 있었다.


점심을 해먹기 위해서 2시간을 이곳에서 머무르면서 주변 구경을 했다.


또 출발이다. 한 시간 쯤 달리던 푸르공이 멈춰 섰다. 이번에는 펑크가 아니고  고장이다. 긴 쇠막대기로 된 스타팅 이라 불리는 쇠막대기를  앞 엔진 쪽에 걸어서 돌려도 봤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오도 가도 못하고 사막 광야에서 미아가 되는 것이 아니가? 은근 살짝 염려도 되었지만 나 혼자가 아닌데 라는 생각에 다수를 의지하는 힘이 생기기도 했다. 하루 이틀, 또는 1,2년 다니는 운전기사가 아닐텐데...  기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다. 당황하지 않는 기사의 표정을 보니 안도가 된다. 나이 많은 운전기사가 아니라, 경험 많은 기사로 보여 오히려 든든해진다. 자동차도 기계인데 이 건조와 무더위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사람도 자동차도 다 더위를 타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만의 여자여행자와 이곳 몽골의 여자 가이드는 저들끼리 한국 드라마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 한국 사람인 나보다 배우들의 이름과 드라마 제목을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난 스포츠와 뉴스만 좋아하기 때문에 배우와 드라마 스토리는 모른다고 했다. 한국인 나 보다 한국배우와 드라마를 더 잘 아는 외국인들. 이런 것이 한류의 영향 때문 이라고 생각된다.


1시간 가까이 지나도 고장난 자동차는 고쳐지지 않는다. 내가 제안 했다. 한번 밀어보자. 여섯이 밀면 바퀴가 구르지 않겠나?           이, 어얼, 싼, 밀었다. 온힘을 다해서 밀었다.  20 여 미터 사람의 덕을  본 자동차가 순간 부르릉~~~릉릉.    성공이다.

기절했던 푸르공이 다시 생명을 얻었다. 다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없는 지평선과 아주 멀리 보이는 산맥 뿐이다.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이 장치되지 않았다. 몽골에서 네비게이션이 장착된 차를 보지 못했다. 설치 했드라도 위성 통신이 끊기니 제대로 작동 될 일도 없다고 생각된다. 노련한 기사는 해의 방향과 먼 산맥에 의지하여, 자기의 오랜 경험과 감각에 의해서 길의 방향을 잡는것 같았다. 경험 많은 기사에게는 감과 촉이 있어 보였다. 나이 적은 젊은 기사보다, 나이 많고 경험 많은 노 기사가 사막 길에 더 든든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나이 많은 내가 느끼는 인지상정 때문인가?.


저녁 무렵 사막의 한 유목민 게르에 도착했다. 처음 들어가 본 게르 안은 무척 소박한 모습이었다. 부부가 여행자를 맞이하며 수태차를 권한다. 이 지역은 모래언덕으로 유명한 ‘홍고린 엘스’ 라고 한다. 오늘 밤에 처음으로 게르에 숙박하게 된다. 태양광을 이용한 소규모 자가 발전방식으로 전등만 켜고 다른 전기 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모바일 폰도 밧테리로 몇 시간에 걸쳐서 겨우 한두 대 정도만 충전이 가능하다. 낙타 타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도착이 너무 늦어서 내일 오전에 하자고 한다. 지쳐서 모든것이 귀찮은데 오히려 잘 되었다. 여행자가 머무는 게르에 배달된 국물 있는 음식은 낙타고기 국이라고 한다. 시커먼 색깔의 고기는 질기고 맛이 별로였다.


내일 일출을 보려면 5시전에 기상해야 한다고 가이드가 일러 준다.

어제는 바람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오늘은 숙면을 할 수 있으려나? 사막에는 별이 쏟아진다는데 아직은 별볼일이 없을것 같다. 너무 지쳐있고 또한 깊은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