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 투어 (4일째)
2017, 07, 02 (일) 맑음 - 여행 6 일째
고비사막 투어 4일째
누들 보다는 쌀밥이 더 좋다고 했더니 가이드가 아침식사로 쌀죽을 끓여서 내가 머무는 게르로 배달해 준다. 무척 고소하고 맛있다. 빵에 잼을 발라 치즈를 끼워 먹는 것 보다 훨씬 속이 편안했다.
유목민 게르인 숙소를 출발한지 30여분 만에 푸르공이 포장도로에 진입한다.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푸르공 앞에는 양과 염소 무리가 길을 건너다 자동차 소리에 놀란다. 드라이버는 속도를 줄여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의 작은 도시인 ‘달랑자가드’ 시내에 들어와서는 자동차는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보충하고 예비로 마련한 연료통에도 가득 채워 싣는다. 이곳 사막에서의 여행 중에, 기사는 주유소만 보면 연료를 가득 채우고, 예비로 마련한 통에도 가득 채우고, 큰 플라스틱 물통 2개에는 물을 가득 채워서 실었다. 노련한 기사이지만 혹 길을 헤메일 것에 대비하는 자세가 여행자의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물통의 물은 요리할 때와 설겆이 할 때 아주 조금씩 사용 되었다.
사막여행 출발 이후 모처럼 만에 시내에 들어 왔으니 여기에서 샤워를 할 수 있단다. 이 무슨 기쁜 소식인가? 샤워 꼭지만 달랑 달린 개인별 칸막이 샤워실의 20여분 사용요금 3,500 투그릭을 여행자가 따로 지불했다. 그래도 따뜻한 물이 나오니 핫샤워 이다. 난 10여분 몸을 씻고는 얼른 입고 있던 셔츠와 수건에 비누칠을 해서 문질렀다. 어제 낮에 인공 수로를 지나면서 등물을 하기는 했지만, 온 몸 샤워를 한 것은 4일만 이다. 표현할 수 없는 상쾌한 기분이다. 사람의 기분 90%는 씻는 일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천하미인 양귀비도 목욕을 즐겼다지 않은가? 샤워 후에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건도 구입하고, 은행에 들러 ATM 도 이용할 수 있었다.
상쾌한 기분의 여행자를 태운 푸르공은 또 달리기 시작 한다. 포장도로를 가끔 만날 수 있어 한결 편안하다. 샤워하면서 세탁한 와이셔츠와 수건을 자동차 안에 대충 걸어 두었는데 두시간 만에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수분을 모두 빼앗아 갔다. 사막이 그만큼 건조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조금 후 자동차는 포장길에서 다시 비포장 길로 접어 들었다. 지방에서 나담 축제를 하니까 잠깐 보고 가자고 한다. 울란바타르에서 매년 7월 11일, 12일 이틀간 큰 규모로 열리고, 이날을 전 후해서 지방에서는 작은 규모로 나담을 개최 한단다.
사막에 모래가 깔려 있으니 줄만 치면 운동장이 되고 경기장이 된다. 마침 몽골의 전통 씨름 경기가 시작 되었는데 씨름 선수의 체격이 7척은 되어보였다. 징키즈칸의 포스가 후예들에게 나타났다.
말타기 경주는 어린이 부분이 방금 우승자를 가렸나보다. 부모들이 수상자와 함께 시상식에서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 본부석에 자리한 분들은 전통 복장을 곱게 차려입은 원로들이었고 젊은 여인이 수태차와 삶은 양고기를 이들에게 서빙 하고 있었다.
"나도 한 조각 맛 볼 수 있을까요? " 갈비에 붙은 삶은 양고기 한점이 누린내도 나지 않고 맛이 좋았다.
"수태차인데 이것도 좀 마셔 보세요" 본부석의 음식을 여행자인 나도 맛을 보았다.
이날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마을 별로 천막이 따로 쳐져 있었고, 주변에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게르도 있었다.
우리 일행이 점심으로 먹은 음식은, 밀가루를 반죽한 피에다가 다진 양고기를 듬뿍 넣어 기름에 튀긴 전통 음식인 호쇼르(khuushuur) 꾼만두 3개씩 이었다.
자동차는 다시 샛길을 따라서 조금 들어가니 협곡이 나타났다. 모래언덕이 풍화침식되어 협곡이 만들어진 곳이다. '차강소브라가(Tsagaan Suvraga)' 근처 이다.
가까이는 밝은 색의 협곡이, 좀 멀리로는 붉은 색의 모래언덕이 풍화된 아름다운 풍경 이었다.
나담 경기장을 나와서 모래협곡을 보고서 오늘 저녁 숙소인 게르에 도착하니, 어느 듯 해가 서쪽 지평선에 걸려서 짙은 주황색의 노을을 만들고 있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전통 음식인 허르헉(khorkhog) 이란다. 조리하는 것을 구경하라고 해서 우리는 부엌으로 모였다. 큰 그릇에 양고기를 넣고, 마른 쇠똥을 넣어 불을 피운 화덕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둥근 돌도 함께 넣어서 열을 가하다가 나중에 감자, 양파, 당근, 양배추 등의 야채를 추가로 넣어서 좀 더 익혔다.
30여분 지난 후 뚜껑을 열었다. 꺼낸 돌은 음식을 익히고도 아직 많이 뜨겁다. 요리하는 주인이 둥근 돌을 꺼내어서 가이드에게 전해주고, 가이드는 다시 우리에게 전해준다. 이손 저손으로 옮기면서 열기를 손바닥에 전하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일종의 온열 치료였다.
징키즈칸 위스키가 몽골의 특산품이라기에 샘플로 파는 작은 미니추어 병을 기념품으로 가져 가려고 구입 했는데 내용물은 마셔야겠다. 수고한 드라이버에게 반을 부어주고 나머지는 허르헉과 함께 먹고, 맛으로 마셨다. 운전 중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던데 지금은 운전할 일이 없어... 받아 마시드니 입에서 밷는 “캬아~~~” 소리를 낸다. 우리나라 사람과 꼭 같은 후음 이네. 허르헉은 특이한 냄새도 나지 않고 아주 맛이 있었다.
숙소인 게르 마당에서 부부가 함께 여행한다는 한국여행자를 만났다. 그도 여기서 스위스 여행자를 조인해서 3인이 함께 다닌다고 한다.
"고비사막에 우리나라 2,30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던데 그네들은 잘사는 유럽이나 뉴욕을 먼져 가야 가슴이 넓어지지 않나요?"
" 삭막한 여기에 와서 배울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했더니 일리는 있지만
"요즘 젊은 사람 고생을 해보지 않고 사는이가 대부분이라서 이런 척박한 곳에서 고생을 해봐야 인내심이 길러 집니다." 생각하면 그 말도 맞는 말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부부가 함께 몇달을 여행한 후에 귀국해서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겠다고 하는 젊은 부부팀, 부디 건강하게 잘 여행한후 더 넓고 더 큰 생각으로 세상을 익혀 성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
고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고생은 되었지만 사서 한 고생이 아닌가? 또 언제 이런 체험을 하겠나? 이래저래 아쉬운 밤이다. 잠자리에 들었다가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게르 밖으로 나왔다. 새벽 3시이다. 세상에도... 이렇게 많은 별이 쏟아지다니.... 몽골 사막에 서의 별 사진을 인터넷 까페에서 보아왔는데, 그게 바로 이 장면이었구나! 북두칠성과 북극성 건너 카시오페아 자리는 어느곳에서나 쉽게 관찰되는 별자리 이다. 지난 3박 동안은 떠다니는 구름이 하늘을 가려서 수많은 별이 보이지 않았는데 ... 마지막 날 석별의 기념으로 수많은 별을 보여 주는가 보다. 폰 이나 똑딱이 디카로는 이 황홀한 장면을 담을 수가 없다. 아쉽지만 눈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