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네팔:ABC트레킹

ABC트레킹 : 7일째

무숙자 2014. 12. 7. 16:24

2014년 11월 13일 (목) 맑음, ABC 트레킹 7일째

 

새벽 4시 30분에 나의 성실한 산행가이드 Mr, Min 이 문을 두드린다.

“ABC 일출을 보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지난 밤은 일생 중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잔 날이다. 컨디션은 좋다. 무척 다행이다.

겉옷의 자켓류만 세겹을 껴입고 얼굴을 감싸는 모자를 쓰고 머리에 렌턴을 달았다. 베이스캠프는 무척 추우니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 위치한 내가 머문 숙소 에서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기 위해서 2시간 정도 걸려 430 m

높이를 더 올라야 한다.  출발지점인 MBC의 해발 고도가 3700m 이기에 4130m 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까지가 고산증 위험구간

이기도 하다.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 스럽다.  숨이 많이 찬다.   힘이 든다.    힘이 많이 든다.    힘이 무척 든다.    50m를 계속해서 걷지를 못하겠다.

오르다가 스틱으로 몸을 버티고 선 자세로 쉬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힘들지만 괴롭지는 않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도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두운 새벽에 희미하게 안나푸르나 사우스봉이 모습을 드러 낸다.   그 위용에 위압감이 느껴온다.

순간 무섭기도 했다.   드디어  내가 안나푸르나에 오긴 왔구나!

 

저 만치 아래 늦게 출발한 트레커가 나를 앞질러 간다. 젊은 서양인 트레커 이다.

길 옆에는 여름내 자란 풀들이 말라서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마른 풀 섶 위에 털석 주져 앉았다. 가쁜 숨을 쉬었지만 다행히 어지럽

거나  메시꺼운 증상이 없으니 심한 고산증세는 아닌것 같다.

  

이제 100여 m만 더 가면 베이스캠프 이다.  해는 이미 떠오르고 있나 보다.

뜨는 해의 붉은 기운이 설산에 비친다. 설산이 순간 주황색으로  물들여 진다. 환상적인 풍경이다. 환상적인 순간은 아주 짧았다.

2~3분 정도 후에는 비추는 각도가  달라지니 환상적인 주황색 산이 차거운 청백색 설산으로 되돌아 왔다.

 

드디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많이 쉬었기에 예상시간 2시간 보다 좀 더 걸려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Amazing Annapurna Base Camp heartily welcome to all external and internal trekkers.」

'멋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모든 트레커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는 판이 세워져 있었다.

 

드디어 해냈다. 순간 최고의 기쁨을 느꼈다.  만세!   만세!!   만세!!!

온 몸이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나 자신에게 칭찬을 했다.   장하다!!!! 

누구나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하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트레킹 3일째 되는 날 Poon hill 에서 아주 멀리 보이던  안나푸르나 사우스,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등의  설산들이 아주 가까이 바로 내 코 앞에 있다.  이 감동적인 순간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 꼬박 일주일을 걸었다. 멀리에서 걸어 왔다. 이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 손을 흔든다. 어제 늦게 무리하게 ABC까지 온다는것을  말렸던 중국 유치원 선생이다.

새벽 03시에 출발해서 일찍 도착 했더니 혼자라서 사진 찍어 줄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내가 멋진 배경을 넣어 찍어 주마. 온갖 폼을 내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왔다는 멋진 인증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찍었다.

 

디카 화면에 검은 점이 갑자기 보인다. 떨어 뜨린 적도 없는데 왜 이러지?   꼭 중요한 곳에서 에러를 내다니?   아~~그럴수도 있겠다.

디카도  전자제품이니 날씨가 너무 추워 맛이 살짝 갔는가 보다.  그러면 내려가서는 정상적인 화면으로 보여야 할텐데...

 

Annapurna sanctuary  lodge로 들어가 밀크 티 한잔으로 우선 몸의 추위를 누그러뜨렸다. 이미 많은 트레커들이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옆에있는 Paradise garden hotel 과 함께 ABC에서 제일 가까운 로지이며 따라서 가장 높은곳에 위치한 숙소 이다 . 로지 마당과 주변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한걸음 더 다가가   안나푸르나를 좀 더 가까이 하고 싶었다.  돌로 쌓여 있는 돌무덤 언덕으로 올라섰다.

주변의 설산과 함께 최고의 위용을 보인다. 눈이 쌓이고 미끌어 져서 흘러 내리는 거대한 안나푸르나 빙하도  보였다.

산 정상 부근에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햇빛을 받아 크리스탈 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얼음층이 수십 미터 높이는 되리라.

안나푸르나 사우스 봉이 7219m 이니 아래 기슭에서 정상까지 3000m 를 한눈에 보고 있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트레킹 하는 내내 높은 설산만 보아온터라 일종의 착시 현상일 것이라 생각 된다.

 

한달여 전에 안나푸르나 북쪽 지역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폭설이 내려서 많은 트레커들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었는데

이 산의 어느 한쪽 경사면에  눈이 매우 많이 쌓여 있는것을 볼 수 있었다.  그때 내린 눈이라고 생각 되었다. 아직은 큰 눈이 내리는

계절은 아니다.  한 두달 후 이곳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한다.

 

이곳 안나푸르나 사우스봉은  2011년 10월 18일, 코리아 루트를 개척하다 실종된 3명의 한국 산악인이 잠들어 있는 산이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무서운 산이기도 하다.

기슭에는 실종된 3명을 추모하는  위령탑이 세워져 있었다.

탑 위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었고, 탑 아래부분에는 누구인지 사람의 사진이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 그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담배개비를 올려 놓기도 했다.

참 안타까운 한국의 산악인 이다. 이 설산 어딘가 크레바스에 빠졌있을  이들을 생각하니 순간 가슴이 멍해진다.

‘ 삼가 박영석 대장,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명복을 빕니다.’   고개를 숙여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빌었다.

주변에는 이곳에서 등반하다 숨진 다른 나라 등반가들의 위령탑도 몇 개가 더 보였다.

 

위령탑을 중심으로 티벳 불교에서 볼 수 있는 깃발 룽다와 타르초가 어지럽게 걸려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또한 근처에 커다란 태극기도 펄럭이고  있었다.  마치 정상을 오른 클라이머 처럼  펼쳐진 태극기의 한쪽 끝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내려와서 산기슭 바닥에 쌓여 있는 눈을 밟아 보았다. 눈이 다져지고 굳어져서 발이 쉽게 빠지지는 않았다.

ABC에서 뒤를 돌아보니 마차푸차레와 주변 설산이 휠씬 크게 위엄을 나타내 보인다. 주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조망하다가

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살펴 보기를 몇 차례 반복 하였다. 눈에 모두 담을 수가 없으니 사진으로도 여러곳을 담았다.

오늘의 날씨는 설산을 조망하기 최고의 날씨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난 역시 여행의 운이 좋은 사람임이 또 확인 되었다.

  

산은 내려가기 위해서 오른다고 했던가?   올랐던 길을 되돌아 숙소인 MBC로 내려가야 한다.

내려오다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 보았다.  어느 연인과의 이별이 이토록 애틋할까?

새벽에 오른 길을 도로 내려가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숙소의 수돗가 물통에 얼음이 3cm 두께로 얼어있는 것으로 보아 지난밤에 기온이 많이 내려 갔는가 보다.

 

목표점인 ABC를 밟았으니 이제 하산을 할 차례이다. 하산길은 많은 부분은 올라온 길은 그대로 돌아가야 한다.

어제 숙소였던 도반 까지 내려 간다. 이제까지 7일 정도 올랐다면, 3일정도면 내려갈 수 있을것 같다.

하산길에 이탈리아 대학생들 30여명이 인솔자와 함께 오르고 있는것을 보았는데 모두가 반바지 차림이다. 대단한 젊음이다.

 

저녁에는 도반(Dovan)의 숙소에서 티베트식 만두 모모(MOMO)를 주문했다. 우리의 만두와 맛이 비슷했다.

2014년 11월 13일은 나에게 상당히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기분이 무척 좋은 하루였고  대단한 성취감을 맛 본 날이었다. .

 

 

*오늘의 트레킹코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4130m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Dovan(도반)2505m (7박째) 

 

 

 

 

 

 

 

 

 

 

 

 

 

 

 

 

 

 

 

 

                

 

 

 

 

 

 

 

 

 

 

 

 

 

 

 

 

  ABC에 있는 숙소 2곳 - 이곳에는 숙소가 여기 뿐이다.

 

 

 

ABC 에서 뒤돌아 본 마차푸차레 설산 -  이제까지 본 마차푸차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이다.

 

 

 

MBC의  숙소앞에 있는 ABC 이정 안내 표시판(ABC 왕복후에 낮에 찎은 사진)

MBC 에서 보면 안나프르나 사우스 봉의 윗부분과 주변 오른 설산이  보인다. 조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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