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엄마! 무슨 소리 하노?

무숙자 2015. 1. 2. 11:33

2014, 12, 29

 

엄마! 무슨 소리 하노?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이 덜 춥다고는 하지만 이번 겨울은 12월 부터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

올겨울 날씨가 매섭게 추운날이 일주일간이나 계속된다. 3한 4온이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의 특징이라고 했는데 근래에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을 해도 날씨는 변화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보를 위한 공식이 없다.

 

소년시절에는 겨울이면 동네 앞 개울에서 썰매를 타다가 언 손을 녹이기 위해 주변에 피워둔 모닥불에 불을 쪼이기도 하고 젖은 양말을 말리다 불똥이 튀어 바지 가랑이를 태워 할머니에게 혼이 나기도 했는데, 지금 그 개울에는 겨울에도 스케이트를 탈 만큼 물이 얼지 않는다. 겨울 추위가 그때에 비해서 덜한 것은 사실이다.

그때 그 시절에는 초 중학교에 다니는 동네 아이들이 수 십명은 되었는데 지금은 한명도 없는것도 그 때와 다르다. 물이 얼어도 스케이트를 탈 아이도 없다.

 

어느곳 없이 시골에는 젊은이들은 도시로 나가고, 나이든 노인들만 남아서 대를 이어 내려오는 농지를 놀리지 못해 허리가 꼬부라진 채로 농사일을 하기도 한다. 힘이 드는 일은 농기구가 있는 집에 부탁하여 해결하고 일손이 집중되는 때에는 도시의 자식들이 와서 일손을 메우니 그나마 근근이 땅을 놀리지는 않는 셈이다.

 

나 역시 전업 농부는 아니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계시는데 평생을 농촌에서 흙을 밟고 사셨기에 도시에서는 생활 환경이 맞지 않는다.   어머니와 같이 살지를 못하고 내가 자주 들락거리면서 원격으로 모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어머니를 뵈러 자주 시골에 오게 되고 오면 마땅히 시간을 보낼 일이 없어 소일로 농사를 시작하게 된지가 5년이 지났다.

 

날씨가 추운 겨울이면 어머니의 건강이 더욱 염려가 된다. 넉넉하지 않은 시골에서의 생활이 몸에 베어 있어 절약이라면 세상에서 우리 어머니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게다. 난방용 보일러는 있어도 석유값이 만만치 않다고 주로 전기 장판에 의지 하신다. 그나마 전기도 아끼신다고 방바닥이 냉기만 겨우 면할 정도이다. 겨울인데도 방안 온도가 15도를 넘지 않는다.

 

농사철이 되면 옆방에서 따로 잠자리를 마련하여 자지만 농사가 없는 겨울에는 방 하나를 더 난방하지 않고 어머니의 옆에 자리를 마련한다. 누우면 코 끝이 시원하다.

 

어머니는 초저녁 잠이 깊으니 나는 저녁 TV뉴스를 보지 못한다. 어머니는 눈이 부셔 잠이 오지 않는다고 불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늦게 자는 나로서는 어머니 옆에 누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한 두시간을 눈을 말똥거리며 보낼 수 밖에 없다. 겨우 잠이 들때 쯤이면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잠이 깨셔서 전등불을 켠다. 낮에 논 밭둑에 자란 냉이 캐둔것을 다듬으려는 것이다.

 

잠이 들다 말고 또 깰 수 밖에 없다.

“ 어머니 주무세요.”

“ 잠이 안 온다. ”

“ 세월이 참 빠른기라.니들 키울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죽을 때가 된기라.”

“ 내년에 심을 옥수수 하고 호박씨는 곳간에 메달아 놓았고, 콩씨도 같이 메달아 놓았다.”

“ 그라고 내가 쓰는 돈은 **에 넣어 두었으니 그리 알아라.”

 

자식으로서 듣기가 싫다. 목소리를 높여서 대꾸 한다.

“엄마!  무슨 소리 하노? ”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어머니와도 이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벌써 부터 가슴이 저미는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더욱 아프다.

몇 년 전부터 이런 말을 할때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시지 말라고 귀담아 듣지를 않았는데, 요즘은  왠지 귀담아 들어둘 필요도 있다고 생각되어 벌써부터 슬퍼진다.

 

나 역시 올해부터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다. 65세를 넘었으니 나라에서 정한 경로 우대를 받는다. 돈을 내지 않아 기분이 좋은게 아니고 왠지 서글퍼진다. 하물며 어머니는 얼마나 더 하실까 싶다.

 

경주로 오는 길에 아버지가 계시는 국립영천호국원에 들렀다.

“ 아버지! 어머니는 잘 계십니다. 어머니는 저 하고 몇 년은 이 땅에서 더 계셔야 합니다. 빨리 데리고 가시면 안됩니다."

" 아버지! 좋은 곳에서 편안히 쉬십시오.”

봉안된 아버지를 뵙고 나면 그리움이 조금 줄어 드는것 같다. 

산을 굽이 돌고 작은 재를 넘어서  경주집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도 어머니는 식사는 하고 주무시는지?   돌아서서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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