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뉴질랜드

자연을 잘 보전하는 나라 뉴질랜드

무숙자 2018. 11. 3. 23:08

자연을  잘  보전하는  나라  뉴질랜드

 

                                                                                                                                          

 


*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뉴질랜드는...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져 공전하기 때문에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 나라가 겨울일때 반대쪽 남반구에서는 여름을 맞게된다. 우리나라가 겨울일때  여름을 체험 할 수 있는곳인 뉴질랜드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들어서 일찍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땅 가운데 가장 늦게 발견되었기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어 뉴질랜드에 가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알 수 있다.

 

  한반도의 1.3배 크기로서, 그리 넓은 땅은 아니지만 세계의 아름다운 것들이 한곳에 모두 모여 있는 나라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와 젖소들, 그 뒤 멀리로는 만년설이 뒤덮힌 산봉우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파노라마, 거대한 빙하, 산 정상에서 쏟아져 내리는 길고 큰 폭포들, 절벽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강물. 짙은 옥빛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물고기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 더없이 깨끗한 해변, 지열로 인하여 부글부글 끓는 온천 열탕, 하늘이 보이지 않는 빽빽한 나무와 숲, 잘 꾸며진 정원과도 같은 아름다운 도시들, 갖가지 꽃과 나무들, 거기서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새소리, 남태평양을 헤엄치는 돌고래들, 해변에서 뒹구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물개, 사람의 모험심을 키워주는 각종 레져 스포츠와 수 천 만년에 걸친 지각변동으로 만들어진 장엄한 사막의 위용. 그리고 흘러가는 구름조차 평화로운 뉴질랜드는 여유롭고 친절하고 온화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 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임이 분명했다. 짧은 여행 일정에서 이 많은 것을 모두 체험하지는 못하고 조금씩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한다.

 






*폭설 속에서 이륙하다

 


   2001년 1월, 20년만의 폭설로 인하여 비행기 이착륙이 어려워 국내선은 모두 결항되고 국제선도 일부노선만 운행된다는 TV뉴스를 듣고서도 이미 예약된 여행이라 김포공항까지 가서 상황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로 가기로 계획한 사람들은 움직일 수 없었으나 다행히 경주에서 서울까지 가는데는 열차표를 미리 예매하였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기차가 대구를 지나 추풍령을 지나니까 함박눈이 더욱 펑펑 내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설경이 지금 따라 이렇게 싫을 수가 없다. 국제선 비행기 출발시간 보다 3시간 정도 일찍 김포공항 대합실에 도착하였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이드의 기상상황 설명을 들으면서 여행의 설레임보다는 기상 사정으로 계획된 여행이 취소 될까봐 염려하며 대합실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폭설 때문에 국제선의 반 정도는 운행이 되지 않고 출발 가능하더라도 두 세시간 지연 출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상황이었으나 우리 일행을 태우고 갈 비행기는 너무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제 시각에 출발 수속을 할 수 있었다. 염려 속의 안도함이 또 하나의 커다란 기쁨이었다.

 

  이륙 직후 공중에서 내려다본 우리 나라 지상의 설원이 너무나 아름답다. 산과 도시의 모든 지상에 백설기의 하얀 떡가루를 듬뿍 뿌려 놓았다. 그러나 큰 강줄기는 분명 떡가루 세례에서 제외 되었다. 설원의 구경도 잠시뿐, 기내의 모니터는 고도 11300 m, 비행속도 1016 km/h, 외기온도 -56℃를 가르킨다. 공기의 저항이 아주 적은 성층권의 아래층을 날고 있다.

 

  세계에서 규모와 시설이 몇 손가락 안에 든다는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의 활주로에 켜져 있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유도등 불빛을 보며, 잠시 그곳을 경유하여 NZ(뉴질랜드항공) 항공을 같아 타고 오클랜드로 향하였다. 앞으로 10 여 시간을 날아야 도착 된다.

 

  어느 듯 밤이 되었다. 서울 지상에서 언제 큰 눈으로 어려움이 있었느냐는 듯 너무나 순조로운 비행이다. 창 밖으로는 보름달이 보였다. 지난해 여름 청송 주왕산 내원산장에서 본 밝은 보름달에 산골 하늘의 맑은 공기를 한껏 느꼈는데 그곳에서 보다 더 밝은 달을 볼 수 있었다. 공기중의 먼지도 연기도 구름층도 없는 성층권 에서 본 달, 밝다 못해 차고 시리게 보인다. 여러 차례 비행기 안에서의 경험 중에 설원과 보름달은 이번 여행의 멋진 보너스이었다. 기내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무렵이 되어야 도착된다. 좁은 3등석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붙어야 되는데 잠이 제대로 들 리가 없다. NZ의 스튜어디스는 중년의 나이에 그렇게 미녀도 아닌 그저 편안한 인상을 주는 한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뉴질랜드인으로 된 것이 우리 한국국적 비행기의 예쁜 스튜어디스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스튜어디스에 의해 커피와 음료수 서비스가 한차례 지나간 후에, 겨우 잠들만하면 밤참에 해당하는 식사로 깨우고, 또 잠들만 하면 와인이나 위스키가 지나간다고 옆 좌석의 일행이 또 깨워서 이리저리 시달리며(?) 잠시 잠이 들었나 했는데 좁은 비행기 창틈 사이의 밝은 빛에 또 잠이 깨었다. 야! 늘 보는 태양이지만 또 다른 기분이다. 남반구에서 뜨는 해를 처음 본 것이다. 시차를 고치지 않은 한국시각은 03시를 가리켰다. 날마다 자는 잠인데 깨어나 밖이나 내려다 보자. 지금 비행기는 남태평양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다. 아래에 보이는 작은 섬은 남태평양의 어느 나라 섬 일까?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원주민들만 살고 있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문명 세상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그냥 두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고쳐 들었다.






* 뉴질랜드에 첫발을 딛다

 


  드디어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신고카드 작성 때에 가방 속에 식물의 종자나 곡식은 없느냐를 묻는다.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이 결혼식 폐백때 신부가 시부모에게서 치맛자락에 받은 밤이 가방 속에서 발견되어 많은 벌금을 물었다는 말을 들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외부의 동․식물은 절대 들여올 수 없다는 철저함을 입국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좋다고 생각되면 외국 동․식물을 무방비로 들여와 우리 토종을 밀어 내어 생태계를 교란 시켜도 아무 대책이 없는데..... 여기는 신발에 묻어 들어온 씨앗 한 알도 허락되지 않는다. 입국 수속이 끝난 후 남섬에 있는 크라이스처치로 가기 위해 다시 그 나라 국내선으로 갈아탔다.


* 남섬의 도시 크라이스처치는...

 

  크라이스처치에는 우리 여행 팀의 도착시간에 맞추어서 몇해 전에 여기에 이민 왔다는 한국인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보고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행 가이드가 보여주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여행이 시작된다.

 

  서울이 추운 겨울인데 여기는 여름이다. 무더운 여름이 아니고 와이셔츠 차림의 옷이 쾌적하게 느껴지는 시원한 여름이다. 섬으로 된 나라인지라 해양성 기후로 혹독한 추위와 더위는 없다고 한다. 거리에 달리는 자동차가 오른쪽이 아닌 왼쪽 차선으로 주행한다. 여기도 왕이 통치하는 영향권이 미쳤는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이 처음 도착한 것은 1850년 무렵이었다. 영국 밖에서 가장 영국적인 도시로 불리는 크라이스처치는 이곳에 도착한 초기 개척자들이 대부분 영국 옥스퍼드의 크라이스처치 컬리지 출신이었기에 붙혀진 도시이다. 시내를 굽이쳐 흐르는 에이번강은 강폭이 불과 5-10미터 밖에 되지않는 작은 강이지만 물이 맑고 강 양쪽에 심어진 푸른 잔디와 무성한 나무, 개척자들이 영국에서 가져와 심었다는 갖가지 꽃들로 시민과 관광객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 가고 있다. 넓은 지역에 거쳐 조성된 공원과 광장에는 가는 곳마다 꽃과 녹음이 우겨져 도시라기보다는 정원을 연상케하는, 그래서 ‘가든시티’라는 별명도 있다. 고딕양식의 대성당을 중심으로 영국풍 건물이 늘어서 있으며 꽃집과 과일가게, 거리 예술가들이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에이번강 위의 여러개 다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추억의 다리는 2차 세계대전에 출전했던 병사들이 이 다리를 건너면서, 에이번 다리를 보고 어렸을 때를 회상하고 또한 전쟁에서 숨진 전몰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그 이름이 붙혀졌다고 한다.

 

  뉴질랜드가 한국전쟁때 우리 나라에 군인을 파병한 혈맹관계라는 사실을 여기 와서 알았다. ‘남북해글리’ 공원에서는 조깅, 사이클링, 테니스, 소프트볼, 워킹, 럭비, 크리켓, 골프등을 즐길 수 있도록 넓은 지역에 거쳐 잘 조성되어 있었다.

 


* 켄터베리 대평원을 지나면서

 

    켄터베리 대평원을 지나는 동안 참으로 깨끗하고 맑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녹색 초원과 언덕에는 평화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 젓소들, 말들, 사슴, 맑은 공기, 흰구름이 흐르는 맑은 하늘이 눈앞에 펼쳐진다. 좌우 어느 곳에서 카메라 앵글을 맞추어 찍어도 멋진 달력사진이 나올 수 있는곳. 뉴질랜드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은 아마추어도 프로 사진가처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녹색 천지에 파란하늘 멀리로는 흰구름이 떠다니고 공기 중에 먼지나 연기가 없어 시야가 먼 곳까지 확보되니까 깨끗한 사진이 될 수 밖에 없다 .

 

  수킬로미터를 지나서 드물게 보이는 몇 채의 주택들은 농촌 가옥인데 이상하리 만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수만 마리의 양떼들은 어떻게 돌보나 했는데 훈련된 양치기 개 몇 마리가 양떼를 이리 저리 몰고 다니며 목축을 하는 것이란다. 어쩌다 보이는 농촌 사람들은 말을 타고 울타리를 둘러보는 정도였다.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학교가 있어 자녀들을 자동차로 등하교 시키는 것과 소도시의 생필품 가게에 가서 몇일 분의 생활용품을 구입해 오는 것이 농부들의 일과중 하나란다.

 

  대부분의 집들은 햇빛이 잘 드는 북향으로 향하는 단층으로만 지어져 있다. 땅이 넓어서 이층집을 지을 까닭도 없을뿐더러 건축 재료가 시멘트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만 사용하다 보니 단층이 유리하다. 집의 수명이 다해도 나무집은 콘크리트 집과는 달리 건축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으니 자연을 잘 보전하려는 지혜를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집의 경계는 낮은 나무로 된 생울타리, 또는 무릎 높이도 되지 않는 나무 울타리, 아니면 아예 울도 담도 없다. 마당에는 꽃, 나무, 잔디뿐이다. 잔디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나라에 심어져 있는 잔디와는 다르다. 작은 풀과 돋보기로 보아야 보일 정도의 아주 작은 풀꽃과 잎 모양의 이끼들이 빈틈없이 뭉쳐져 있어 잔디를 깍아 놓은것 같이 보일 뿐이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몇일을 다녀도 도로와 호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녹색이다. 가장 쉽게 망하려면 안경장사를 하면 된다고 한다 녹색이 눈의 피로를 없애주고 시력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경을 끼는 현지인은 거의 보지를 못했다.

 

  버스가 머무르는 곳마다 온갖 종류의 과일을 파는 과일가게가 있었다. 흰색만 없고 모든 색깔의 크고 작은 과일들이 상자에 담겨있어 우리들의 침샘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옷자락에 한번 쓱 문질러서 그냥 깨물어 먹는 것이다. 껍질을 깍을 필요가 없었다. 씻지 않아도 더럽지 않은 것은 묻어있는 먼지도 없는 데다 자주 샤워식의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과일을 맛보고 싶었다. 그 중에서 방울 토마도 크기 만한 진보라 색의 버찌가 제일 맛이 있었다. 싸들고 온 몇 종류의 과일 맛을 숙소인 호텔에서 저녁 내내 맛보았다. 잘 익은 청포도의 단맛이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넓은 평원, 멀리로는 장엄한 산맥에 여름에도 녹지 않는 만년설, 그 위로는 흰 구름이 떠있는 코발트색 하늘, 또 그 아래로는 흰구름이 비치는 맑은 호수의 물, 그리고 깨끗한 강물,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강물을 양손을 모아서 가득 떠 마셨다. 세상 어느 음료수가 이렇게 시원하랴? 한번 더 가득 떠 마셨다. 냉장고 속 얼음물과 같이 찬 것도 빙하가 녹아 찬 기운이 전해지기 때문이란다.

 

  뉴질랜드는 1차 3차 산업은 있으나 2차 산업이 없는 나라이다. 목축업 서비스업 등은 있어도 제조업 등의 공장이 거의 없다. 꼭히 공장이라고 한다면 우유 가공공장과 양털 이불공장이 큰 규모의 공장이다. 2차 산업이 없어 국민 소득은 우리 나라 보다 낮지만 사회보장 제도가 완벽하게 잘 되어있기 때문에 삶의 질은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양, 소, 사슴, 말. 알파카 등의 동물이 많으며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특히 개는 아무나 기르는 것이 아니다. 개를 소유해도 좋다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기르는데 우리처럼 먹다 남은 음식을 주는 것이 아니고, 묶어 두어도 안되며, 사람이 휴가로 집을 비우게 될때는 개만 잠시 위탁하여 돌보는 개 호텔에 두어야 하며 목숨을 다하고 죽으면 시에 사망진단서서를 받아서 무덤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니 이만하면 정말 개팔자가 상팔자 아닌가?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개를 너무 즐기기 때문에 세계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종종 항의를 받고 하는데...

 


* 이름만큼 아름다운 Queenstown 에서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퀸스타운은 초기 개척시대에 이곳에 금을 캐러온 사람들이 여왕이 살기에 어울리는 도시라고하여 이름 붙였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정말 이름값을 하는 아름다운 작은 도시이다. 개척시대에는 골드러시로 번영했고 지금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으로 인하여 뉴질랜드에서 으뜸가는 관광도시가 되었다, 뉴질랜드는 눈으로 보는 관광과 더불어 다양한 레져를 즐길 수 있는 체험관광이 더 큰 몫을 차지한다. 여러 지역에서 레져 스포츠를 즐길 수 있지만 특히 이곳은 유명한 번지점프를 비롯하여 제트스키, 제트보트, 래프팅, 카악, 리버서핑 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오후 늦게 퀸스타운을 도착하였으니, 해가 지기 전에 도시의 전경을 감상하기 위하여 높을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시내 뒤쪽에 있는 450여미터 높이인 밥스힐 언덕 스카이라인을 골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살펴본 주위의 경관은 이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움을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극치였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곳은 이 나라에서 세번째로 큰 빙하호수로 물빛이 아름다워 원주민 마오리 족이 비취호수라고 불렀다는 와카티푸호, 그 호수위로 천천히 움직이는 요트들, 요트 주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들, 호수 가장자리 기슭에는 높지 않게 낮으막이 지어진 별장 가옥들, 그 뒤의 높은 언덕에는 녹색 나무와 꽃이 배경이 되나 싶더니, 더 멀리는 이 도시를 빙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이 보이는 서던 알프스산맥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경치를 보고 있노라니 말로 이루 표현 할수 없는 신체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위스의 루째른호수 근처 언덕에서 평화로이 풀 뜯는 소들의 워낭 소리에 반해서 한번 더 그곳을 가고 싶다는 아내의 소원을 여기서 충분히 풀 수 있었다. 해가 저물어 언덕을 다시 내려왔다. 비취 호수 주변의 노천 까페에서 거리 악사들의 통키타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한 잔의 흑맥주는 쓰지만 달콤하고 짜릿하였다.

 

  숲속에 단층으로 지어진 호텔에서 맞는 아침해는 더 밝고 공기는 페포를 찌를 만큼 상큼하다. 우리 나라에서 추운 겨울로 살다가 갑작스레 맞는 여기의 여름날씨에, 감기가 염려되어 가져온 약들은 아무런 쓸데가 없었다. 감기 바이러스도 맑은 공기를 피해 다니는가 보다.

 

  개척자들이 금을 채취했던 곳, 애로우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Shanty Town에서 사금 채굴 모습을 그대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사금이 섞인 흙을 그릇에 담아 한참을 조리질하니 반짝이는 금이 나왔다. 내가 채취한 금을 기념으로 작은 병에 담아 가져올 수 있었다. 광산까지 오가는 길에 운행되는 증기기관차를 타보고 옛 추억을 회상하며 여행객 모두가 어린이처럼 모두 즐거워했다.

 

  남태평양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곳 밀포드사운드 까지는 한참을 가야 한다. 도로 좌우 숲에는 아름드리 크기의 죽은 통나무가 어쩌면 무질서하게 놓여져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도로 쪽으로 쓰러져있는 나무만 자동차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만 조치하고 그대로 방치하기 때문이다. 그 굵은 나무 위에는 이끼가 자라고 자연스레 썩어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생태계의 순환을 사람이 인공적으로 방해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자연을 보호한다고 사람이 일부러 손을 쓰지 않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잘 보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최상의 자연보호가 아니겠는가?



* 밀포드사운드에서 남태평양을 바라보다

 

  퀸스타운에서 출발한 버스가 계곡과 거울 같은 호수와 울창한 숲을 수 시간 지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내의 밀포드사운드에 도착했다. 1만 2천년전 빙하가 흘러 내리면서 깍여진 지형이어서 가파른 V자 계곡이 아니고 완만하고 넓은 U자 계곡이 지각 변동으로 침강하여 그 계곡에 남태평양의 바닷물이 들어온 지형이 이곳 피오르드 지형이다.

 

  이 곳에서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배 안에서 뷔페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빙하가 만들어낸 협곡과 주위 경관을 감상 할 수 있었다. 좌우로는 산꼭대기에서 흐르는 수 십개에 이르는 실가락 같이 가늘고 긴 실폭포와 때로는 홍수때 방류되는 댐의 물 만큼이나 줄기차게 흐르는 어마어마한 큰 폭포가 어울어져 있었다. 유람선이 폭포 아래 가까이 지날때 그 물을 맞으면 젊어지고 예뻐진다는 말에 모두들 선상 위로 올라와 떨어진 물방울 안개를 맞았다. 협곡을 지나 탁 트인 남태평양의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수평선이 보일 무렵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돌고래 몇 마리가 유람선 뱃머리 아래에서 배의 속력과 꼭같이 나란히 헤엄쳐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빠른 배에 부딪칠까 사람들이 조마조마 했지만 날렵한 수영 솜씨로 관광객을 즐겁게 해주었다. 누군가가 돌고래를 훈련 시킨게 아니겠는냐고 했지만 넓은 바다 가운데 돌고래를 어찌 훈련 시킬수 있겠는가? 돌고래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너쪽 바위 위에는 물개 가족 10여 마리가 가장 편안한 자세로 바위 위에 배를 깔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가 물개를 구경 하는게 아니고 오히려 물개가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헤치지 않으니 이곳 자연의 일원이 되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수 백명의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한시간 사십여분을 항해하는 동안 주위 경치에서 잠시도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피오르드 계곡, 돌고래의 유영, 물개의 한가로움, 남태평양의 시원한 바닷 바람, 선상 뷔페 식사 후에 먹은 포송한 아이스크림 맛들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뉴질랜드 남섬은 빙하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빙하는 옛부터 이 지형을 변화 시켜 왔고 지금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곳 겨울에 내리는 눈이 쌓이고 다져지기를 수 백년동안 단단한 얼음이 된 것이 계절이 여름이면 조금씩 녹으면서 거대한 얼음산 빙하가 이동하는 것을 가까이 가서 볼 수 있었다. 하루에 3 cm씩 이동한다는 거대한 얼음 더미 위로 사람이 발을 딛고 걸어다니기도 했다. 빙하가 육지와 닿는 아래쪽 터미널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얼음이 녹은 차가운 물이 흐르고 그 물에 손을 담그니 차가워서 오래 견디지를 못했다. 여기는 여름이 건기인데도 강물의 양이 우기 때 보다 많은 이유는 여름에 빙하가 녹은 물이 강물이 되어 흐르기 때문이란다. 헬기를 타고 가까이 접근하여 넓은 지역에 걸쳐 빙하의 형성모습을 살펴보려고 했으나 날씨가 쾌청하지 않아 뜻을 이룰 수 없어 아쉬웠다.



* 북섬으로 오다

 

  몇 일 동안의 남섬 관광을 마치고 뉴질랜드의 북섬에 위치한 오클랜드로 이동하였다. 남섬을 빙하의 지역이라면 북섬은 크게 온천과 화산의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반구에 있는 나라라서 남섬 보다는 북섬이 기온이 더 높다. 우리 나라처럼 따뜻한 남쪽 지방이 아닌 따뜻한 북쪽 지방이다. 욕실 수조의 물이 마지막 빠질 때 회전방향도 우리 나라는 시계방향인데 남반구에 위치한 이곳은 반시계 방향이었다. 스위치를 아래로 내려야 전등이 켜지는것도 우리와 다른 방식이었고, 자동차 주행이 오른쪽이 아닌 좌측통행이었고 따라서 운전대의 위치도 자동차의 오른쪽에 있다.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적극적인 참정권, 투표권을 주었으며, 절반 이상이 여성 장관이고, 따라서 여권(女權)이 크게 신장된 나라임이 틀림없다. 소는 초원에 많으나 돼지사육이 적어서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비싼 것도, 동물의 병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인기가 좋은 것도 우리와는 다르고 우리나라 10대들의 우상인 TV 속 연예인은 이 나라 청소년들에겐 관심 밖이어서 아예 없단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성품이 온화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살아가는 것도 결국 이곳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녹색초원이고 순한 동물인 양떼들을 돌보며 인구 밀도가 12명/km2 밖에 되지 않아 넓은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바쁘게 뛰고 부딪치고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소화제 만큼이나 많이 팔리는 약이 두통약이라니, 이유인즉 자연환경이 이러하니까 사람들이 작은 스트레스에도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사람이나 동물도 약간의 스트레스가 활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힌 학자가 생각났다. 복잡하고 바쁜 생존경쟁이 치열한 서울생활에서 탈출하여 여기에 이민온 사람들이 처음 6개월 정도는 골프, 낚시 등으로 여유롭고 한가로이 지내며 천국에서 사는 기분으로 살다가도 그 후에는 외로움과 무료함을 느껴 다시 한국으로 역이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람은 이웃도, 친구도 있고 때로는 부딪히며 적당한 자기 일로 성취감도 맛보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운동하는 생활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맛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 온천의도시 로투루아와 마오리족과의 만남

 

  북섬의 온천도시 로투루아는 온 도시를 삼킬 듯이 부글거리며 높은 물줄기를 뿜는 간헐천과 근처에 사는 원주민 마오리족의 생활모습을 볼수 있는 곳이다.

 

  시내에 들어서자 관광객을 먼저 반기는 것이 매캐한 유황 냄새이다. 냄새가 진한 곳에 이르렀나했더니 뿌연 증기가 가득한 온천호수, 하루에 몇 번씩 내뿜는 간헐천은 그 날 따라 펄펄 끓는 온천수의 물줄기가 힘차게 솟구쳤다. 경주 보문 호수 가운데 인공 분수 물줄기만큼 세게 그리고 높이 솟았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천 지역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말 장관이었다. 근처를 지나려니 펄펄 끓는 온천수를 뒤집어 쓸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척 조심이 되었다. 땅 군데군데에서 유황의 증기가 마치 곰국을 끓이는 가마솥에 수증기 나오듯 하고, 근처 땅바닥에 앉으니 참나무 장작을 반나절 지펴 잘 달군 온돌 아랫목 같아서 앉으니 엉덩이가 따끈따끈하다. 피곤한 여행객에게 근육피로를 풀어주는 찜질의 효과가 만점이다. 진흙이 모여 있는 곳에서 지열로 인하여 개구리 뛰어오르듯 끓어 뛰는 진흙폴. 그대로 화장품 통에 담아오기만 하면 최고 품질의 여성용 머드팩일 것 같다. 여성 모두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곳이었다.

 

  폴리네시안 풀이라는 유황온천은 탈의실을 제외하곤 남 여 혼탕의 노천 온탕이다. 몸에 좋다면 욕심을 부리는지라 오랫동안 참고 있었더니 살갗이 뻘겋게 달아 올랐다. 그러나 그날 저녁 여행의 여독은 말끔히 씻겨졌다.

 

  이곳 원주민이 살고있는 와카레와레와 마오리 민속촌을 방문했다. 버스 속에서 가이드가 미리 마오리와의 인사법을 가르쳐 주었다. 마을 입구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키가 크고 눈이 큰 미모의 여성 마오리가 우리 일행 한사람 한사람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키와오라” (안녕하세요) 악수를 하면서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서 코를 두 번 부딪치는 것이 마오리의 인사법이다. 내 차례다. “키와오라” 코를 맞닿는다는 것이 입술이 맞닿을 것 같아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과 공동체 생활에서 회의나 관혼상제때 사용되는 마오리집회소, 토산품과 공예품을 보면서 그들의 생활상을 일부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키도 크고 몸집이 뚱뚱한 여성이 이곳 남성들의 선망이라니 미의 기준이 우리와는 다르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고 목숨걸고 다이어트를 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저녁시간에는 온천의 지열로 고기를 익혀 만든 독특한 음식인 항이(hangi) 요리를 맛보면서 그들의 이야기와 역사와 음악이 어우러진 하카춤(Haka dance)을 구경했다. 눈을 크게 부릅뜨고 혓바닥을 쭉 빼내는 동작은 싸움에서 적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란다. 기본 되는 춤동작 몇가지를 따라 배워서 식사에 초대된 지구촌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손잡고 춤추며 노래 불렀다. 그들의 온화한 얼굴은 천진난만해 보이고 낙천적이며 손은 무척 컸지만 함께 잡은 손에서 무척 따뜻함을 느꼈다. 1000 여년 전에 이주해서 살고 있다는 마오리는 엉덩이에 우리와 같은 몽고 반점이 있다니 우리 조상과 뿌리가 비슷하지 않았겠나 싶었다.  



* 양털깎기 쇼를 보면서 농장체험을 하다

 

  양이면 모두 비슷한 양이겠지 생각했는데 아그로돔에서 보여준 양들의 종류는 무려 20여종이나 되었다. 송아지 만한 큰 것이 있는가 하면 애완용 강아지만하게 작은 양도 있었고 나선 모양의 뿔이 멋있게 달린 양이 있는가 하면 뿔이 없는 종류도 많았다. 따라서 양털의 품질도 천차만별이다. 양털을 깎는 시범을 보여주는데 한 마리를 깎는데 걸린 시간이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한 마리의 양털을 깎고 받는 삯은 뉴질랜드화폐로 1달러(580원정도)이고 기록에 의하면 하루에 720마리를 깎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금방 깎은 양털은 라노닌이라는 특유의 기름 냄새가 많이 났다. 이것을 가공하여 여러 가지 양털제품을 만든다. 털, 가죽, 고기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농장 트랙터를 타고 양과 소와 사슴 알파카를 방목하는 목장에서 가까이 접근하여 먹이를 주고 쓰다듬어 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요즘 우리 나라 남해지방에서도 재배되고 있는 키위 열매는 원산지가 뉴질랜드이고 따라서 이곳의 키위 맛이 제일 좋다고 한다. 키위 농장에는 키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 여행을 마치면서...

 

  일주일간의 짧은 뉴질랜드의 여행이 끝나고 내일은 호주의 시드니로 향한다. 오페라 하우스와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 항만을 그려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뉴질랜드가 아름다운 곳임은 틀림이 없다.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고 깨끗하여 여유롭게 즐기며 살 수 있는 곳임이 확인되었다. 몇 일 동안 푸른 초원에 그림 같은 집들과 맑은 호수물에 반하기도 하였다.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의 자연은 어떠한가. 한국은 뚜렷한 사계절이 나타나지 않는가. 설악산의 웅장한 바위와 금강산의 기암절벽과 맑은 폭포와 가을이 되면 불타는 단풍으로 물든 산이 또 있지 않은가. 적당히 높은 산에 오르면 가까이 보이는 산줄기부터 농담을 달리하는 산봉우리의 실선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뉴질랜드는 우리 한국에서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자연이 있고 환경이 있을 뿐이지 우리 나라 산천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우리 강산도 이젠 잘 보전하여, 빌려쓰는 후손에게 잘 전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