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중국(서남부)

황룡 풍경구(黃龍 風景區)

무숙자 2016. 5. 8. 15:18

2016, 04,13 (수) 눈,흐림 : 여행 16일째

 

구채구 주차장에서 07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어제 숙소에 부탁하여  예매해 두었다.(45元)

이제까지 여행하는 동안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른 아침에 구채구 입구 마을을  벗어난 미니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힘겹게 올라간다. 내리던 비가 어느덧 눈으로 바뀌었다. 고도가 높아지니 빗방울이 눈송이로 바뀐 것이다.

한국에서 이번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서 설경을 보지 못하고 봄을 맞이하나 했었는데 이곳 중국 땅에서 설경을 볼 줄이야.

어느덧 전나무에 소복하게 쌓여 눈꽃을 피웠고, 키 작은 나무는 상고대를 만들어서 무척 아름답다. 그 느낌도 잠시뿐 걱정이 앞선다. 도로가 미끄러워 버스가 다니기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황룡으로 가는 길옆에는 야크가 여기저기에서 풀을 찾아서 뜯고 있다. 한순간 황량한 티베트의 풍경을 보는것 같았다. 이 눈 속에 뜯어 먹을 풀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황룡풍경구를 갈려면 히말라야의 동쪽 끝자락인 민산 산맥을 넘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산이 높아질수록 눈송이는 더 커지고 도로에는 10 여cm의 눈이 쌓인다. 세계가 정한 유네스코 자연유산인데 가까이 와서 보지 않고 지나치면 귀국해서 후회 할것 같아서 굉장한 오지인줄 알면서도 여정에 넣었다. 회색의 하늘 사이로 만년설이 덮힌 설산이 문득문득 보인다. 나의 안전은 이곳을 항상 다니는 노련한 드라이버에게 맡길 일이다. 여행자 보험을 가입할 때 좀 더 큰 금액을 들것을 그랬나?

조마조마 하는 동안 버스가 정상을 오르나 했는데 곧 이어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아래로는 천 길 낭떠러지 이다. 마지막으로 내려갈 길이 10 여 구비가 되는 길이 보인다. 그렇게 가슴 조이는 길을 3시간 30 여분 달린 끝에 드디어 황룡 풍경구 입구에 도착 했다. 엊그저께 그렇게 많던 구채구 관광객들은 다들 어디로 갔나?  꼭 같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유산인데....여기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구채구만 구경하고 대부분 이곳은 지나친것 같다. 최고의 계절이 아니라서 그런가?

이곳에 머무는 사람은 드문것 같다. 호텔도 한 두곳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구채구에서 구경하고 구채구로 되돌아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입장권을 케이블카 편도 이용권과 함께 구입했다.(성수기 입장료 200元, 케이블카 80元)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부터 전나무 숲길을 걷다가 호수에 담겨진 물빛깔을 감상하면서 아래로 천천히 걸어서 내려 오는것이 일반적인 코스인것 같았다.

 

오전에 내리던 눈이 그칠것도 같더니 풍경구 구경을 마칠때 까지도 그치지를 않는다.

회색하늘에 눈이 펑펑 내려서 호수의 물빛도 사진 만큼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 히말라야 끝자락 민산산맥에 덮혀 있는 만년설도 보지 못했다. 대신에 이국에서 예상하지 못한 설경은 만끽했다. 같은 속도로 걷었던, 광저우에서 왔다는 처자는 눈경치를 볼 수 있어서 자기는 럭키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나는 아닌데... 히말라야 트레킹할때 3천m 높이에서 본 날리그라스가 여기에서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눈 내리는 뿌연 하늘에 가려서 먼산에 덮혀있는 만년설을 아쉽게도 보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갈수기라서 물의 양이 적거나 말라버린 호수도 더러 보였다. 이곳 경치는 단풍드는 가을이 최고라고 한다. 풍경구를 3시간 걷는 동안 나무 데크 위로만 걸었지 흙은 밟아보지를 못했다. 석회수가 흐르면서 만든 석회암 연못은 터키의 파묵칼레를 연상시켰다. 물대신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곳이 많았다.

눈길에 미끌어지지 않으려고 천천히 내려오니 예상 시간보다 더 걸렸다.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가 다시 태워 갈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니 피곤하여 눈이 저절로 감겼다. 올때 처럼 두려운 생각이 드는 길도 아니다.  그렇게 쉽게 적응하는게 사람인가 보다.

 

다시 구채구 입구 마을의 머물던 숙소에 돌아왔다. 눈길을 걷느라 무척 피곤한 하루였다.

저녁 식사 후 숙소에서 TV를 켜니 중국방송에서 우리의 총선 뉴스가 해외 뉴스 첫 화면으로 방송된다.  관심을 둘 가치가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20 대국회의원 투표일이네.  글로벌 시대에서 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이다.

 

 

 

 

 

 

 

 

 

 

 

 

 

 

 

 

 

 

 

 

 

 

 

 

 

 

 

 

 

 

 

 

 

 

 

 

 

 

 

 

 

 

맑은날의 자료사진

 

 

호텔로비에 걸려있는 사진을 재촬영한, 가을의 황룡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