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아버지의 금연

무숙자 2015. 1. 24. 16:19

2015,01,11

 

아버지의 금연

 

새해 들어 담배 값이 큰 폭으로 인상되었다. 한 갑에 2500원 하던 것이 4500원으로 인상되었으니 금액을 두고 보면 대폭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흡연율이 높고 따라서 흡연으로 인한 질병 발생 가능성도 큰 만큼 국민건강 차원에서 인상을 하여 금연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가가 세금 확보를 위해서 국민 건강을 앞세워 꼼수로 인상 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흡연율은 부유층 사람보다 서민들이 높은데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린다는 것이다. 들어 보니 양쪽 이야기가 다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 같다.

 

나도 청년시절에 잠깐 담배를 피웠지만 일찍 그만 두었다.

흔히들 백 가지 해로움만 있고 이로움은 한 가지도 없다고 하는 담배를 왜 그토록 열렬히 사랑해야? 하는지, 다시 말하자면 애연가들이 금연을 못하는지....  그래서 아직도 금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나의 아버지의 금연 결단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나의 아버지는 청년 시절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 하셨다고 한다.

사과를 수확하는 계절이 되면 나가 있는 자식들을 불러 모으시고, 우리들은 아버지의 일손을 도와야 한다. 수확작업이 늦어지면 자칫 급히 찾아오는 추위에 사과가 동해를 입을 수도 있어 일손을 늦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사과 수확을 할 때는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다. 사과를 담는 바구니, 사과꼭지를 자르는 전정가위, 바닥에 깔 깔판, 짚, 높은 가지에 달려있는 사과를 따려면 올라가야 하는 사다리 등을 경운기에 실어 놓고는 담배부터 한 대 피우시고는 경운기를 운전하여서 밭으로 나가신다. 10여분이면 도착 할 수 있는 거리에 사과밭이 있다. 밭에 도착 하셔서는 또 담배부터 물고 농기구를 내리신다. 불과 10여분 만에 2대를 피우신 것이다.

작업 나가실 때 새로 챙긴 담배 갑은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면 거의 빈 갑 이다. 하루에 한 갑을 넘게 피우신 애연가였다.

이러하듯 손에 담배가 떠나있는 날이 없다. 덕분에?  나는 간접흡연을 많이 한 셈이다.

 

아버지에게 담배를 끊으시게 권하는 일은 감히 생각조차 못했다. 40년을 넘게 저렇게 많이 피우시는 담배인데 그것은 도저히 가당한 일이 아닐 것 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담배를 줄이시는 것을 권하기로 생각했다.

“ 아버지, 담배는 몸에 해로움만 있는 것 아시지요?”

“ 좀 줄여서 하루에 한 갑만 피우시면 좋으시겠어요.”

돌아오는 아버지의 대답이다.

“시골에서 일 하다보면 담배가 유일한 낙인데 이것을 어떻게 줄인다 말이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는 담배의 양을 줄일 생각은 아예 하지 않으셨다.

 

그런 후 몇 달이 지났다. 한참 만에 시골집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예전에 하시지 않은 모습을 보이신다. 군것질을 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 었는데 입안에 뭔가를 넣고 우물우물 하시는 것이 아닌가?

“ 아버지, 뭐 잡수시는데요? ”

“ 사탕 먹는다 아이가... ”

“ 예? 사탕 이라구요? 사탕은 왜요?”

사탕을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난생 처음 보았으니 나는 참 의아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아버지는 말씀을 이으신다.

“ 나 이제 더러워서 담배 끊었다. ”

버스를 타도 담배를 못 피게 하지를 않나? 기차 속에서도 담배를 피울 때가 없으니까 이 기회에 끊어 보신단다.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이유는 또 있었다고 옆에 계시는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신다.

 

가을걷이가 끝이 나면 아버지께서는 서울에 있는 딸과 외손자를 보러 가신다. 아들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자주 만날 수 있지만 서울에 있는 두 딸은 어린 아이들 데리고 내려오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일철이 지나면 시간이 많은 곳이 시골사람이기도 하니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가신다.

막내딸은 딸아이를 셋 키운다. 나이 터울이 많지 않으니 고만고만한 어린 아이들 이다.

오랜만에 외할아버지를 만났으니 좋아하기는 외손녀들도 마찬가지이다.

“ 할아버지 ~~~” 하면서 세 녀석이 달려들어 외할아버지께 덥석 안긴다.

그것도 잠깐뿐, 이번에는 “ 아,~~ 할아버지 담배 냄새 나! 싫어!! ” 하면서 모두 다 도망가다시피 달아나 버린다.

할아버지는 순간 섭섭하기만 하다. 얼마나 담배 냄새가 심했으면 오랜만에 보는 손녀들이 저렇게 싫어할까? 순간 외손녀들에게 크게 쇼크를 받으신 것이다.

 

딸네 집에 몇일 동안 머물고 계시면서 사위가 구경 시켜준 연극도 보시고 방송국에서 녹화하는 가요무대도 구경하셨으니 이제 다시 내려오는 시간 이다.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영천으로 내려오는 동안 생각을 하셨다.

기차를 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영천역 가는 길도 금연, 영천서 서울 가는 새마을호 기차안도 금연, 손녀들에게도 담배 냄새나는 외할아버지 싫다고 배척까지 당하는데도 담배를 꼭 피워야 하나?

“에이, 더럽다. 이참에 버리자.”

호주머니에 든 담배 갑을 움켜쥐고는 미련 없이 버렸다.

딸이 사주는 값비싼 가스라이터는 동네까지 와서 이웃에게 줘 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매몰차게 금연 선언을 하셨다.

그 후 아버지는 빈 담배도 입에 물어 본적이 없으셨다. 단 한번 만에 50여년을 피우시던 담배를 끊으셨다. 그것도 하루에 한 갑 반을 피우던 적지 않은 양 이었다.

줄이시라고 권하는 아들 말은 듣지 않으셔도, 한 순간 싫어하는 외손녀가 더 무서우셨나 보다.

 

그래서 지금도 금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금연 성공 사례를 이야기 해주곤 한다. 니코틴 중독 때문에 금연이 어렵다는 사람은 차라리 금연 의지가 약해서라고 말해라.

증세라고 생각하지 말고 더럽거든 끊어라! 아직도 금연 하지 못하는 애연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