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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주변 볼거리를 찾아서

무숙자 2015. 2. 3. 22:28

2014, 11, 19

 

포카라 주변 볼거리를 찾아서

 

트레킹 후 이틀 동안 굿 컨디션이 아니었는데, 오늘에서야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포카라 시내 주변 몇 곳의 볼거리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으니 주민들이 타고 다니는 낡은 시내버스를 타고 천천히 다닐 작정이다. 시내버스라고 하지만 미니버스가 대부분이다.

 

히말라야가 가까이 있으니 포카라에는 산악박물관이 있다. 산악박물관 근처로 가는 시내버스가 ‘페와’호수 보트선착장 들머리에서 출발을 한다.

시내버스 차비로 15 루피 (170원정도)주고 15분 후에 어느 로타리 부근에서 내렸다. 여기서 15분 정도 걸었다.

 

학교 등교 시간이라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까운곳에 학교가 있었다. 유치원 어린이와 중학생 정도의 학생들이 한 울타리에서 공부를 하는 것 같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차림이 이 나라 소득 수준과는 어울리지 않게 깔끔하다. 경제력이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로 보인다. 어린 아이들은 어머니가 손잡고 등교시키기도 하고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태워 주기도 한다. 이 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다고 들었다. 교문 입구에 안내실이 있어 지킴이 아저씨들이 학생들은 반겨 맞는다.

 

걸어가는 동안 도로는 군데군데 포장이 벗겨져서 먼지가 펄펄 나지만 그 주변에 몇몇 집들은 3층 양옥으로 잘 지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 나라도 빈부의 차이가 커 보인다.

 

생수를 한 병 사려고 가게에 들어가니 건장한 남자가 한국 사람이냐? 라고 묻는다.

“어! 한국말은 어떻게 배웠나요?”

“한국에서 5년간 일 했어요. 그때 번 돈으로 가게를 차렸어요.”

39살인 그는 자기 이름을 한글로 쓸 줄도 안다.

 

이러니 이들에게는 한국만 가면 돈을 벌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한국은 곧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것 같다. 한국행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 나라에서 시행하는 EPS라는 한국어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포카라에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있다고 한다. 이 나라는 한국보다는 물가가 많이 싸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을 유별나게 선망하는가 보다.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 근로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은 한국이 돈을 벌기에는 별 매력이 없다고들 하던데... 중국도 물가가 많이 올랐고 중국내에서 임금수준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세계 유일의 산악박물관에 도착했다.

내국인 입장료는 작은 돈이나 외국인은 400 루피 이다. 이곳에서 두 끼의 식사 값이다.

박물관 건물이나 전시물이 세련되지는 않지만 히말라야에 대한 자료는 많다. 산 주변에 사는 소수 민족들의 생활상과 산에 사는 동식물들, 특히 등반의 역사와 산악인들의 등정 기록이 잘 설명되어 있었다.

 

특히 한국의 고상돈, 엄홍길 대장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지만 등정 중에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대장과, 여성 산악인 고미영님의 사진과 그들의 등정 당시 유품을 보니 또 한 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산악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걷기도 하고 시내버스를 타기도 하면서 ‘빠딸레창고’ 로 갔다.

이곳은 땅위로 흐르는 물이 갑자기 폭포가 되어 깊숙한 지하로 흡입되어 버리는 곳으로, 관광객중 한사람이 발을 헛디뎌 떨어져서는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실종자의 이름을 따서 일명 ‘데이비스 폴’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흔적 없이 물을 빨아들이는 지하는 무너지지는 않을까? 내가 서 있는 이 순간에 땅이 무너질 것 같아 무서웠다. ‘나는 힘들게 트레킹하고 살아 왔는데 죽으면 안되지...’ 입장료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깝다고 오래 머물 필요가 없잖아? 얼른 나와 버렸다. 뭣이 볼게 많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폭포 주변에 머물고 있는지 모르겠다.ㅋㅋㅋ

 

‘데이비스 폴’에서 나와서 바로 길을 건너면 힌두동굴이 있는데 바깥만 살펴보고 동굴 속은 들어가지 않았다. 석회암 동굴이 다 그렇지 뭐 별 다를려고? 이곳 저곳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석회동굴을 많이 보았거던...  입장료도 100 루피네.

 

다시 시내버스를 한 토막 타고 이번에는 티벳 난민촌으로 갔다.

이곳은 중국의 핍박을 받던 티벳 사람들이 망명해서 집단촌을 이루어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살고 있는 마을 이다. 이들은 티벳산 기념품과, 양털로 실을 뽑고 카펫을 짜서 여행자에게 판매하여 그 수익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머무는 '페와호수' 주변의 Lake side 근처의 숙소까지는 거리가 제법 멀다. 해도 지고 해서  200 루피로 흥정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에서 해가 진 후에 혼자는 다니지 않는다는, 내 나름대로의 여행수칙이 있거든...  

숙소인 아보카도 호텔에 오니 내 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푸근한 느낌이 든다. 여러 날을 같은 숙소에서 머물러서 그런가 보다.

 

방에 들어 와서 TV 를 켜니 요가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방영 된다. 또 채널을 돌려보니  홈쇼핑에서 우리처럼 물건을 판매하느라 쇼호스트들이 숨가쁘게 상품 선전을 한다.  이곳에도 위성 안테나가 세워져 있으니 세상은 비슷하게 닮아 가는가 보다. 어느곳이든 세상 사람들 사는 모습은 별 다르지 않다는것을 여행때마다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