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네팔:ABC트레킹

Nagarkot에서의 에베레스트 산군조망은 꽝이었다

무숙자 2015. 3. 6. 17:08

2014, 11, 25

 

나갈곶(Nagarkot)에서의 에베레스트 산군조망은 ...

 

오늘 나갈곶(Nagarkot)에서의 에베레스트 산 조망은 꽝이었다.

아침 늦게 까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지만 기다린 보람이 전혀 없었다. 워낙 안개가 짙어 하늘 중천에 떠 오른 해가 보름달처럼 보였다.

따라서 에베레스트 산군 조망은 어제 저녁 무렵 이곳에 도착 했을 때 희미하게나마 본 것으로 만족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난 이미 안나푸르나 산군의 설산을 최고의 기상 상태에서 한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히말라야 설산 조망은 오직 덤일 뿐이다.

 

호텔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호텔부속 식당이 조용하다. 이럴 때에는 차라리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찾는 것이 좋다.

아침 식사를 위해서 현지인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을 찾아서 음식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데 낯선 것이 눈에 뛰었다. 주인한테 물어보았다.

“이게 무엇 입니까?”

“아~~ 이거 말이지요?   툼바(tumba)를 마시는 컵입니다.  툼바는  조로 만든 네팔의 전통술 입니다.”

“어떻게 마시는데요?”

“뜨거운 물을 부어서 좀 기다렸다가 꽂혀있는 빨대로 마시면 돼요.”

“나도 한 잔 주세요.”

식당주인은 항아리로 된 술 단지에 들어있는 발효된 좁쌀을 한 국자 덜어내더니 알루미늄으로 된 컵에 담는다.   그런 후에 뜨거운 물을 부어 준다. 어떤 맛일까? 기다리는 동안 맛이 좀 궁금했다.

양손으로 컵을 잡고 기다리고 있으니 손바닥이 따뜻해온다. 2,3분을 기다렸다가 꽂혀있는 빨대로 빨았다.  색깔과 맛이 우리의 막걸리와 흡사하다.  우리의 막걸리는 주로 시원하게 해서 마시는 것에 비해 이것은 따뜻하게 해서 마시니까 온도의 차이만 날 뿐이다. 양이 제법 많다. 한 컵을 다 빨아 마시니 순간적으로 얼굴이 따뜻해지면서 취기가 확 오른다. 아니, 아침식전에 음주를 하기는 난생 처음이다.

‘이거! 낮 술에 취하겠는데...’

 

이곳 나갈곶(Nagarkot) 올 때는 로칼버스를 이용했지만 카트만두(kathmandu)로 돌아 갈 때는 여행자버스를 타기로 했다. 10시에 출발하는 버스요금은 400루피 이다. 어제 구경한 박타푸르(Bhaktapur)를 경유하는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려서 카트만두 시내 카멜지구 근처에서 내려 주었다.

 

사원 주변에 원숭이가 많이 살고 있어서 일명 몽키 사원으로 불리는 '스와암부나트사원'(Swayambhunath Temple)에 가보기로 했다. 이 사원은 카트만두 시내에서 보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사원입구에는 말 듣던대로 수 많은 원숭이들이 여행자를  노리고 있었다. 먹이로 생각되는 물건을 쥐고 있으면 낚아챌 기세이다.  사원을 쳐다보니 저 만치 가마득히 올라야 한다. 계단을 몇 개 오르는데 군인들이  제지 한다.

“왜 갈 수 없나요?”

“VIP가 오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구나. 이틀 전에 시내에서 교통을 통제 할 때도 그런 이유이었잖아.’  정상들이 이 사원을 방문 하니 다른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는구나. 얼른 이해를 해 버렸다. 때로는 아주 쿨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여행 스트레스가 적어진다.  힘들게 찾아 왔는데 이게 뭐람!  이렇게 성질을 내 봤자 자기만 손해이다. 그럴땐 난 아주 쿨 하다.  어쨋든 주변국 정상들이 이 사원을 방문 한다니 유명한 사원인가 보다.

 

이 사원은 티벳불교의 문화와 힌두교의 문화가 종교간 충돌 없이 공존한다고 한다. 티벳불교의 불탑과 힌두교의 흰색탑이 꼭대기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을 아래에서도 볼 수 있었다. 지구상 어느 곳에는 종교간 분쟁으로 서로가 고통을 주고받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평화로운 일인가?

멀리서 바라보면서 비록 똑딱이지만 탑의 높은 부분을 줌으로 당겨서 사진 한 장 찍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꼭 방문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티벳불교의 대표적인 '보디나트사원'도 몇 일전에 보았고 힌두교의 탑은 인도여행에서 지겹도록 보았으니 말이다.

 

일찌감치 숙소에 들어와서 쉬었다. 일정이 여유가 있어 편안한 휴식을 할 수 있었다. 휴식도 여행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