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네팔:ABC트레킹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

무숙자 2015. 3. 7. 14:03

2014, 11, 26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Durbar Square)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인 '네팔짱'은 수도 카트만두의 타멜 거리(Thamel Street)에 위치하고 있다. ‘타멜 거리’는 얽히고 설킨 수십 개의 좁은 골목길로 되어있고 수많은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태국의 ‘카오산 로드’를 연상케 하는 네팔의 여행자 거리이다.

 

포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먼지가 펄펄 나기도 하며 작은 소형 택시와 인력거가 같이 다녀서 좁고 무질서해 보이는 타멜 거리 이지만 기념품 가게,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를 파는 가게, 여행사, 식품가게, 값싼 음식을 파는 곳부터 고급레스토랑,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고급 호텔까지 여행과 트레킹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이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없는 것이 없다. 그래서 네팔을 여행하는 각국의 여행자들로 항상 북새통을 이루는 거리이기도 했다.

 

‘네팔짱’에서는 네팔 여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와서 귀국 전 휴식을 하는 한국사람 등을 쉽게 만나서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는 장소이다. 나도 네팔에 온 첫날을 이 숙소에서 머물렀고 트레킹과 여행을 마치고 귀국 전 마지막 밤을 또한 이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나는 오늘 밤 비행기로 카트만두를 떠나서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여 귀국 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해서 처음 네팔에 왔을때 이 숙소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카트만두의 옛 왕조가 있었던 ‘더르바르 광장’의 왕궁과 그 주변을 구경하기는 했지만 꼭히 할 일이 없는 오늘 낮 시간 동안에 주변 구경을 겸해서 한 번 더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숙소에서 만난 회사에 일하시는 장 상무와 함께 가기로 했다. 장 상무는 에베레스트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쿰부 히말라야’ 라운딩을 하기 위해서 어제 네팔에 도착한 분이었다. 트레킹을 마치고 온 나는 트레킹 지역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트레킹의 참고 사항을 이것저것 많이 이야기 했다. 이렇듯 여행지에서 누구를 만나면 여행에 관해서 아는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숙소를 나와서 좁은 타멜 골목길을 걸으면서 이곳저곳을 구경삼아 기웃거리느라 더르바르 광장까지 1시간 정도가 걸렸다.

광장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왕궁과 수많은 힌두사원, 그리고 현존하는 여신이 사는 집인 ‘꾸마리사원’등 볼거리가 많았다.

 

옛 왕국의 궁전은 박물관으로 개조하여서 옛 왕조 때의 여러 가지 자료를 보여 주었다. 왕궁 건물 중에 나무로 된 창문의 조각은 정교함이 빼어났다.‘네와르양식’의 건물이라고 한다.

어떤 사원의 기둥 버팀목에 조각된 에로틱한 조각상들이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힌두교에서는 성애행위는 풍요와 번성을 뜻하여 사원의 기둥에 조각하여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내가 본 조각상 중에는 인도의 카주라호 사원벽면에서 본 것들이 가장 리얼하게 표현 되었다고 생각된다.

 

어린 여신이 산다는 '꾸마리사원'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꾸마리’가 나타나지 않아서 보지는 못했는데 이야기만 들어도 짠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신을 만들어 숭배하다가 적당히 버리기도 하는 편리함에 가슴이 참 아팠다.

 

광장의 모서리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인 ‘JABA COFFEE’의 커피 맛은 빼어났다. 커피를 마시면서 창문을 통해서 여러 모습의 여행자를 구경하는 재미가 또한 솔솔 했다.

 

광장을 벗어나서 시내의 거리로 나오니 알록달록한 옷을 즐겨 입는 네팔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산인해란 바로 이럴 때 사용해야 되지 않나 싶다. 사리 등의 컬러플한 옷을 진열해 놓은 가게들에는 쇼핑하는 여인들로 시끌벅적하다. 어디든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사는 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그 구경 또한 재미가 있다.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로 된장찌개를 시켰다. 밤 비행기를 타려면 든든히 챙겨 먹어야 한다.  밤 9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택시로 20여분 걸려서 카트만두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트리뷰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이기는 하지만 시설이 좀 넓은 시골 버스터미널 수준이다. 이런 시설에서 최첨단 항공기가 오르내린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었다.

 

검색대를 통과한 가방을 다시 보안원들이 열어서 지나칠 정도로 정밀검색을 한다. 안전운항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짜증을 낼 일이 아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네팔에 왔으니 네팔 방식을 존중해야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안검색을 마친후 출국심사대에서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코리언?”

“네, 코리언.”

출국도장을 ‘쾅’ 찍고는 악수 하자고 손을 내민다.

“땡큐~~~” 한국인들에 대한 호의는 이곳 국제공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네팔이 빨리 발전하여 글로벌시대에 보편적인 국제수준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너희들은 히말라야라는 훌륭한 자연유산이 있잖아, 충분히 가능해’

 

한 달여 동안의 네팔 여행을 즐겁게 마치고 비행기 트랩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오늘 밤을 지나고, 내일이면 가족이 기다리는 집에 도착한다. 야호!!!

 

 

 

*  여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네팔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

 

2015년 4월 25일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80 Km  떨어진 Gorkha 에서 7.8의 강력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수천명의 사상자(사망;8,770명, 부상;22,220명)와 이재민(2,800,000명)이 발생한 안타까운 자연재해로 인하여 카트만두 근처의 수 많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문화재가 무너지고 파괴 되었습니다.자연의 재앙에 인간의 힘이 나약할 수 밖에 없긴하지만, 이 어렵고 부족한 나라에 이렇게 큰 재앙까지 덮쳤으니 이들이 어떻게 복구하여 일어설 수 있을런지 안타까운 마음 뿐입니다.

 

블로그에 올려진 이 문화유산들도 사진처럼 온전하지 않을것이라고 추측됩니다. 보도에 의하면 더르바르 광장의 건물도 많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네팔내의 곳곳을 트레킹하던 수많은 트래커들이 산사태등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보도 되었는데, 이 지진이 5달 앞당겨 일어났을 경우 나도 온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참 아찔 했습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만 지진 여파의 눈사태로 인하여 수십명이 사망, 실종되였다고 합니다)  이래 저래 난 운이 참 좋았습니다.

 

온 지구촌이 관심을 가지고 재건에 도움을 주어  이들이 빨리 일어서고, 문화유산이 복구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