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야기

“파리도 내손에는 잡히지 않는다.”

무숙자 2018. 9. 22. 19:52


 

2017,08, 27

 

파리도 내손에는 잡히지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어머니는 시골에서 홀로 계신다.

평생을 흙을 밟고 농사를 하셨기에 도시에서 시멘트 계단을 오르내리시기는 도저히 정서적으로 맞지 않으시기에 혼자 계시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아서 같이 살자고 강권하지도 않았다.

또한 고부간에 생활방식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만약 같이 살면 평화가 깨질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래전, 시골에서 수도가 설치되기 전에 어머니는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길러서 사용하셨다. 그때 두레박으로 기른 우물물도 반만 사용하고 두레박에 남은 물은  우물에 도로 붓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필요한 양만큼만 사용하고 절대로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하니 다른 것에는 어떠하신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런 반면 한세대가 뒤진 요즘 며느리들은 그만큼 내핍하면서 살지는 않으니 한집에 같이 생활한다면 서로 간에 불편 할 수밖에 없을 터일 것이다.

 

그래서 자주 들락거리면서 아내가 만들어준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드시게 하면서 몇 일 동안 불편한곳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이 나의 자식 된 최소한의 의무이다. 그러니 나는 어머니의 건강과 일상생활을 밀착이 아닌 원격으로 관리 하는 셈이다. 어머니가 계시는 시골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청소기를 돌려서 방청소하기이고 다음은 그릇을 씻는 일이다. 늘 걸레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청소하고 그릇을 씻어도 서너 번씩 헹구어야 직성이 풀리는 며느리와는 달라도 생활방식이 너무 다르다.

 

지금도 만들어준 반찬을 너무 아껴 드셔서 갈 때마다 냉장고 속에 넣어둔 남은 상한 반찬을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된지 오래이다.

 

시골이라서 여름이 되면 벌레와 파리들이 성가시게 할 때가 많다. 사람이 드나들 때 마다 파리들이 같이 따라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보니 방안에 들어온 파리를 파리채로 잡아야 한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파리도 나를 업신여기는지 내 손에는 잡히지 않는다.” 라고 하신다. 연로하시니 손동작이 빠를 리가 없어 잡으려고 파리채를 내리치긴 하지만 그동안 파리가 도망하기 일 수이기 때문이다. 내가 갈 때 마다 방에 들어온 파리를 다 잡아놓고 오기는 하지만 한편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 파리 잡는 동작을 연습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에 검은 점을 하나 찍어서 방바닥에 펼쳐 놓았다. “어머니, 이 검은 점이 파리입니다. , 하나, , , 이렇게 견주어서 내리치세요.” 어머니는 따라서 하시지만 동작이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머니 손에는 파리도 잡히지 않는다.

 

일을 많이 하셔셔 부풀어 오른 손마디하며 휜 허리에 지팡이에 의지하기도 하는가하면 유모차를 끌고 다니시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지 않는 자식이 어디 있겠나? 어머니를 뵙고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어머니 얼굴을 한 번 더 자세히 살피는 버릇이 있다. 연세가 많은 노인들은 밤사이에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데... ‘이게 어머니를 마지막 보는 순간 일 수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항상 들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배를 빌려서 세상에 태어난 것만 해도 감사한데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가면서 키우시고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아껴서 공부시킨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신 위인이다. 어머니의 은혜는 한량없어라.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