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

울릉도 성인봉 : 2019년 4월 24일

무숙자 2019. 9. 16. 14:24

처음 을릉도를 방문했던 젊은시절에 성인봉을 올랐던 그 때의 추억이 좋아서, 이번 울릉도 여행에서 가장 우선을 두었던 코스가 성인봉 등산이었다.

어제 오전 배편으로 포항여객터미널에서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해서 곧장 오후에는 육로관광을 했기에,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먼저 성인봉에 오르기로 했다.

김밥을 한줄 사서 산에서 점심을 해결 하려고 김밥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 나이 정도 되는 분이 느닷없이 나에게 다가와서 묻는다.

"김밥을 사서 무엇 하시려구요?"

"성인봉에 오르려고 합니다"

" 예?  마침 잘 되었네요. 나도 성인봉에 갈려는데 같이 가면 안될까요?"

" 나도 혼자인데 같이 길동무 하면 좋지요."

이렇게 해서 같은 연배의 사람과 같이 성인봉을 오르게 되었다.


도동항에 숙소를 정했다면, KBS울릉중계소를 지나서 안내판을 따라서 가면 길이 어렵지 않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울릉중계소 까지 가서 거기서 부터 등산로에 진입했다. 여기까지 자동차가 다니는 시멘트길도 싫거니와 걷는 시간을 줄여보자는 속셈이 컸다. 그래서 한시간 남짓걸리는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산의 입구에 있는 등산안내판을 보고 신발끈을 다시 한번 더 조였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도동항과 숙박시설등이 한눈에 보인다.  또 한 굽이 돌아가니 이번에는 옆 마을인 저동항과 주변 집들이 눈아래 보인다.


 오늘 만난 동행자는 나이가 비슷하여 생각도 비슷하고,  체력도 비슷하니 내가 쉬고 싶을때 쉬면 된다. 동행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산을 오르게 되었다.

산의 초입에는 침이 억센 소나무인 해송이 자라고 있었고, 조금 더 높이를 달리하니 갓 피어난 활엽수의 연두색 잎이 햇빛에 반짝인다. 먼지등의 공해가 없으니 나뭇잎이 맑고 투명하다. 땅에는 여러종류의 풀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몰라서 그렇지 그중에는 산나물들도 있었을 것이다.


중턱쯤을 올랐을까 그곳에는 연한 핑크 색깔을 띤 산벗꽃들이 산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가 하면, 응달에는 지금이 4월 하순인데 아직 겨울에 내린 눈의 잔설이 보인다.

이른봄에 이곳 울릉도에서 채취되는 고로쇠 수액은 육지에서 가장 귀한 음료인데, 채취하는 모습은 보지 못해도 채취 흔적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몇차례 쉬면서 두어시간 오르니 마침내 정상인가 보다. 야호 !!!  내 키높이 만한 성인봉이라 새긴 표지석이 서 있다. 해발 986 m 높이 이다. 단순히 높이만 볼 일이 아니다. 바다 표면의 높이에서 바로 시작 되었으니 결코 낮은 높이가 아니다.

인증사진 부터 찍었다. 내 체력이 아직은 살아있네!  사실은 이번 등산은 지금 나이에 어느 정도 체력이 되는지 가늠해 볼 생각도 했었으니... 

더욱 자신감이 생기고, 따라서 젊은이들이 쉽게 느끼지 못하는 성취감도 맛 보았고, 어쨋든 기분이 매우 좋았다. 동행자의 사진도 여러장 찍어 주었다.

나중에 동행자 분이 내가 찍어준 사진이 너무 맘에 든다면서 저녁을 사겠다는 제의까지 받았으나 나는 혼자서 왔고 그는 일행과 같이 왔기에 시간 일정이 맞지 않아 사양하게 되었다. 이래 저래 다른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었으니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닌가?


주변을 360도 조망했다. 아랫마을은 보이지 않으나 바다물빛은 가까이 보인다.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나리분지가 나타난다지만 우리는 왔던길로 되돌아서 하산하기로 했다.  나리분지 방향으로 내려가면 뜸하게 다닌다는 시내버스를 타고 도동항으로 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주변을 조망하면서 즐기고 휴식하다가 하산을 했다.   산에서 내려 올때 무릎이 상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동행자와 무사히 하산했다.  아침에 만난 동행자와 둘이서 산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성인봉에서 내려오니 팬션의 사장이 나  보고 느닷없이

" 언제 육지로 가요? " 라고 묻는다. 자기집 숙박 손님인데 몰라서 묻는것이 아니다. 

" 모레 간다고 3일분 숙박비를 다 계산해 줬는데요. "   그렇게 대답하니  돌아오는 말이

" 여기 뭐 볼게 많다고 3박4일을 합니까?  일주일 정도 더 머물러 있으려면 그냥 있고...  하루 숙박비는 돌려 줄테니 내일 가세요."  

투박하지만 진심이 묻어난다. 이곳 바다의 날씨에 밝은 현지인의 경험을 존중했기에  배표를 바꾸어 하루 일찍 나온것은 참으로 잘 한 선택이었다.   내가 육지로 나온 후 그  다음날은 파도가 세어서 배가 결항된것을 확인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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